버로스 스스로 찍은 이 사진은 1959년 Tangier에서 찍은 것이다. 그 곳은 그가 몇 년 동안 '벌거벗은 점심'이 될 원고를 썼던 곳이다.
(그런데, 위 사진, 보면 볼수록 흥미롭다. 흑백 사진은 정말 매력적이다. 칼라 사진은 다채로운 색들로 표면을 이루지만, 흑백 사진에서는 이러한 표면이 부재하는 관계로, 영혼을 가진 피사체 자체에 몰입하는 느낌을 던져준다. 보는 이가 능동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한 남자가 사진 속에 서 있다. 약간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이 남자의 시선은 어딘가 모르게 부정확하게 느껴진다. 카메라를 보는 듯하지만, 실은 카메라 너머, 혹은 카메라 속의 어떤 존재를 마주하는 듯. 아마 그는 어제 밤, 여러 가지 마약을 함께 했을 것이다. 실제 그 당시 그는 마약 중독자였다.
놀라운 문장들과 파격적인 세계관을 보여주었던 윌리엄 버로즈(William Burroghs).
그의 소설 '벌거벗은 점심'이 나왔을 때(미국, 1962년), 마약중독자의 반-현실적이면서도 매우 정치적이며 외설적이고 금기시되는 내용들로만 이루어진 소설이라는 이유로, 이후 미국 사회에서 논란이 되었고 법정에까지 가게 된다. 노먼 메일러와 앨런 긴즈버그가 증인으로 나와, 이 소설의 작품성에 대해 변호하였다.
그리고 헐리우드의 영화인들은 이 소설에 대해 너무 매력적이지만, 영화화할 수 없는 스토리라는 평가를 내렸으며, 이후 비트세대의 예술가들에게 윌리엄 버로즈는 일약 스타가 되었다.
(30년이 지난 후, 데이빗 크로넨버거에 의해 1991년에 영화화되었다. 그리고 현재까지 이 소설은 일부의 미국에서는 금서(banned book)이며, 소설에 나오는 단어 그대로 번역한다면 대부분의 나라에서 출판이 금지될 지도 모를 일이다.)
뛰어난 아름다움으로 섬세하게 쓰여진 문장의 각 절은 모자이크처럼 배치되어 있습니다. 나를 비롯한 다른 많은 사람들이 주목한 그러한 문학적 특질은 무엇보다도 그가 의술에 대한 강의나 파운드 케이크를 적셔 먹는 마약 중독자, 지역 감독관에게 맞서는 마약반의 관리, 북아프리카에 사는 아랍인 하수인, 변두리에 사는 중년 부부, 남부의 면서기 등등의 이야기처럼 평상적인 이야기를 환상적으로 듣는 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이는 말하는 운율과 말투의 환상적 음계이며, 정물화적 스타일이고, 경제적인 정확성과 위대함과 간결함을 가지지 않고는 재현될 수 없는 것입니다.
- 긴즈버그의 법정 증인 진술(1966년)
며칠 전부터 아주 오래 전에 번역된 버로스의 '벌거벗은 점심'을 읽기 시작했다(정성호 역, 월간 에세이 출판, 1992년). 이 책이 나올 때쯤, 열음사에서 '버로우즈 소설론'이라는 책이 번역되어 나오기 했는데, 지금은 도서관에서도 보기 힘든 책이 되어버렸다. 어차피 한국에서는 대중적인 소설가도 아니고, 심지어 작가 지망생이나 기존 소설가들에게서도 별 인기 없는 작가인지라, 얼마 전 책세상에서 나온 '벌거벗은 점심'은 놀랍기만 하다.
아마 책세상(출판사)의 기획자들 중 한 명이 미국 현대 문학의 정수가 한국에 소개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리라. 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이 시작된 나라 미국에서도 소화하기 어려운, 실험성과 작품성으로 무장한 이 소설은 그 시작부터 대중적이지 않았고, 번역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이 소설을 원어 그대로 읽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꾹 참고 읽어보는 것도 신기한 독서 경험이 될 지도 모르겠다. 현대 소설의 어느 지점까지 나가 있는지에 대한 좋은 경험이 될 테니까.
윌리엄 S. 버로스는 이미 고인이 되었고,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네이키드 런치' DVD를 보면, 보너스 DVD로 버로스가 '네이키드 런치'를 읽어주는 영상이 있었는데, 지금 youtube.com에서 검색해보니, 나오진 않는다.
영화 '네이키드 런치'의 트레일러.
Naked Lunch: The so-called sex scene (William Burroughs)
(데이빗 크로넨버그가 만든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 크로넨버그가 영화를 어떻게 만드는지 아시는 분만 보시길)
- 저작권공지: 위 사진의 저작권은 윌리엄 S. 버로스의 유족들에게 있습니다. 본 블로그는 비상업적 블로그이며, 본 글은 윌리엄 버로스를 소개하기 위해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하지만 저작권을 득하지 않았으므로 저작권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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