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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달러 - 10점
엘렌 호지슨 브라운 지음, 이재황 옮김/이른아침

 


“내게 이것은 조직범죄나 마약과 전혀 다를 바 없다”고 잭슨 시장은 클리블랜드 신문 ‘플레인딜러’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것은 주민들에게 마약과 똑 같은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여러 측면에서 우연히 합법의 요소를 지닌 일종의 조직범죄다.” 그는 한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이렇게 덧붙였다. “이 소송은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이런 짓을 하지 말라’는 경고다.” (707쪽)



클리블랜드 시장 프랭크 잭슨(Frank Jackson)은 도이체뱅크,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웰스파고, 아메리카 은행, 시티그룹 등 21 개 주요 투자 은행을 상대로 2008년 1월 소송을 제기했다.

아직 우리는 이 소송 결과에 대해선 알지 못하고,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소송은 현재 진행중일 거라는 것과, (매우 기분 나쁜 예상이지만, 늘 그래왔던 것처럼) 소송 중에 프랭크 잭슨은 시장 직에서 물러날 것이고, 소송은 적절한 합의나 소송 취소 등으로 끝나지 않을까. 또는 이 소송이 그 동안 은행이 저질러왔던 끔찍한 악행에 대한 심판이 된다면(뭐,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프랭크 잭슨은 유무형의 압력에 시달릴 것이고 링컨이나 케네디처럼 암살 당하거나, 결국 소송은 없던 일이 될 것이다.

얼마 전 나는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올린 적이 있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한 건데, 그 때 나는 이 책의 300페이지쯤을 지나고 있었다. 실은 무려 700페이지(활자가 제법 크다고는 하나)를 약 열흘 남짓 읽는다는 것은 버거운 일이었고, 책의 내용 또한 빠른 독서가 아니라 노트와 밑줄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만큼 이 책은 매우 중요하고 시사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이자’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도대체 이 사회에는 이자에 해당되는 현금(동전이나 지폐)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은 찍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세상 누군가는 그 이자에 해당되는 빚을 안고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져야 할 뿐이었다.

무늬만 ‘연방정부기구’인, 실제로는 민간 은행들이 주주로 된 민간법인인 연방준비은행(FRB)은 자기 멋대로 달러를 찍어낼 수 있고, 미국 정부는 FRB에서 달러를 빌려오고, 전 세계 나라들은 IMF가 권고하기도 하고, 전 세계 금융가들이 지지하는 변동환율제 속에서 자기 나라 통화를 안정시키기 위해, 달러를 사 모은다.

현대 금융 시스템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돈을 찍어낸다. 그 과정은 아마도 역사상 가장 놀라운 속임수의 명작일 것이다. 금융업은 불공정 속에서 잉태되고 죄 가운데서 태어났다. … 은행가들이 지구를 소유한다. 그들에게서 지구를 빼앗아도 돈을 찍어낼 권한이 있는 한, 그들은 펜을 한번 휘갈겨 그것을 다시 사들일 만한 돈을 찍어낼 것이다. - 조시아 스탬프(Josiah Stamp) 경, 잉글랜드은행 이사이자 1920년대 영국에서 두 번째 갑부였던. (23쪽)

다른 나라에서 아무리 중앙 정부가 돈을 찍어낼 권리를 가진다고 한들, 달러와 연동된 변동 환율제를 가지고 있는 이상,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것이다. (당장 우리나라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 화폐 시스템(금융 시스템)에 대한 저항이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여기에서 저항했고 때론 성공했으나, 결국 현재와 같은 지경에 이르고 만 것이다.

현재 전 세계 상황을 잘 살펴보라. 어느 은행가가 자신이 가진 부를 잃어버렸다는 기사를 본 적 있는가? 흥미로운 것은 은행이 정부로 넘어가더라도 은행가들은 가난해지지 않고 그 동안 번 돈으로 잘 살아가는 대신, 무수한 기업들이 문을 닫고 수를 셀 수 없을 정도 많은 이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아이러니하고도 비극적인 상황에 대해 이 책의 저자 엘렌 호지슨 브라운은 달러를 만들어내고 유통시키는 금융시스템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마르크스의 저작을 한 줄도 인용하지 않으면서(한 두 번 마르크스라는 이름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현대 자본주의가 무엇이 문제인지 설득력 있게 지적한다.

저자는 미국의 독립전쟁도 실은 화폐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말하고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파탄 지경에 이른 독일이 곧바로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정도의 경제력을 가지게 된 것도 화폐 개혁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공공연히 IMF를 무시하고 전 세계 금융가들을 비아냥거렸던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총리의 여러 정책들에 대해서도, 그것이 왜 옳은 것이었나를 이야기한다.

그는 현재의 달러 대신 미국 중앙 정부가 책임지고 찍어내는 새로운 화폐,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번번히 유럽의 은행가들(특히 영국)에 의해 좌절되었던 그린백(greenback)의 발행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은 이런 말들을 했다.

미국인들이 은행들에게 통화 발행을 통제하도록 허락하기만 하면, 그들 주변에서 생겨나게 될 은행과 회사들이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번갈아 일으켜 국민의 재산을 몽땅 빼앗아갈 것입니다. 그 자식들은 조상들이 살던 땅에서 집도 없는 신세가 될 것입니다. (126쪽)

나라에서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 재무부는 돈을 가진 체하는 뻔뻔스러운 빈털터리인 모험가들과 은행가들에게 스스로 손발을 묶어 바쳤습니다. 당장에라도 박살내버릴 수 있는 대상에게 말입니다. (130쪽)


하지만 제퍼슨은 실패했다. 하지만 제 7대 대통령 앤드류 잭슨은 성공했다.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는 국가 부채의 마지막 대금을 지불하여 국가 부채를 제로로 만들었고, 잉여금을 축적했다. 그는 “그 은행이 나를 죽이려 하고 있지만, 나는 그것을 죽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암살 시도의 표적이 됐으나, 총알 두 알이 모두 빗나갔다. 하지만 에이브러햄 링컨은 그렇게 운이 좋지 못했다.(136쪽) 

이 책은 화폐, 금융과 관련해 역사적으로 있었던 많은 사례들을 들며, 현재의 금융 위기가 필연적으로 올 수 밖에 없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위기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금융가들, 자본가들이 조장하기도 했으며(20세기 초의 미 경제공황처럼), 결코 이런 위기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한다. 화폐 개혁이 이루지 않는 이상.

마지막으로 이 책의 일부를 그냥 인용하겠다. 애초 이 책에 대한 제대로 된 서평은 어려운 상태였다. 내 전문 분야도 아니고 책은 두껍고 무수한 인용과 사례들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그 동안 당연히 여겼던 어떤 몇 가지 사실들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하자, 이 세상 전체가 이상한 곳이 되어버렸다고 할까. 나는 언제나 2차 세계 대전을 일으켰던 독일이 궁금했다. 1차 세계 대전 패전으로 나라가 엉망이 된 상태에서 어떤 경제력으로 다시 세계 대전을 일으켰던 것이었을까. 이 책은 여기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라코프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히틀러는 스스로 돈을 찍어낼 특권을 차지했습니다. 유형의 돈뿐만 아니라 금융적인 것까지도요. 그는 써먹지 않던 위조 기계를 손에 넣고 국가의 이익을 위해 이를 돌렸습니다. …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할 수 있습니까? … 그것이 다른 여러 나라에 전파되고 자족경제 시대를 만들어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자족경제는 자급자족을 이루고 수입의 필요성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가 경제 정책이다. 보호무역을 선호하고 자유무역을 막으려는 나라들은 종종 자족 경제로 표현되기도 한다. 라코프스키의 진술은 ‘런던 타임스’에 실린 사설을 상기시킨다. 링컨의 그린백 계획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정부는 비용을 치르지 않고 독자 통화를 갖게 될 것이다. 정부는 빚을 갚고 빚 없는 상태가 될 것이다. 통상을 하는 데 필요한 돈을 충분히 갖게 될 것이다. 세계 문명사에 일찍이 없었던 번영을 누리는 정부가 될 것이다.” 독일은 이 목표들을 이루어가는 중이었다. 헨리 C.K.류는 이 나라의 놀라운 변화에 대해 이렇게 썼다.

“나치스는 1933년 독일의 권력을 잡았다. 경제가 총체적으로 붕괴되고, 막대한 전쟁배상금이 강요되고, 외국의 투자나 융자도 들어올 전망이 전무했다. 그러나 주권신용이라는 독립적인 통화정책과 완전고용의 공공사업 프로그램으로 제3제국은 파산한 독일을, 수탈할 해외식민지를 빼앗기고도 4년 안에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경제로 바꿔놓을 수 있었다. 군비 지출이 시작되기 전의 일이었다.”

셸던 엠리 역시 <은행가에게 거금을, 국민에겐 빚을>에서 독일이 파산 상태에서 세계 강국으로 놀라운 성장을 이룩한 것은 독자 통화를 발행한다는 결정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썼다.

“독일은 1935년부터 1945년까지의 모든 정부 지출 및 전쟁 수행에 따른 비용을 금이나 빚 없이 조달했다. 독일 세력을 무너뜨리고 유럽을 다시 은행가의 지배 하에 놓기 위해 자본주의 및 공산주의 세계 전체가 달려들어야 했다. 이러한 역사는 오늘날 공립학교 교과서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354쪽~356쪽)

 



* 덧붙이는 글.

달러가 기축 통화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석유 구매를 달러로만 가능하게 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조만간 달러가 기축 통화의 자리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그 자리를 잃어버렸을 때의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은 예측 불허다. 오늘 기사를 보니, IMF와 같은 위기는 오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런 위기는 오지 않는다. 올 가능성도 없다. 다만 '세계 기축 통화의 변화'와 같은 예측하기 어려운 어떤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 전에 썼던 '달러' 리뷰: http://intempus.tistory.com/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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