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요즘

지하련 2009. 6. 30. 12:45

1.
완전 병자 모드다. 몇 주전부터 어깨결림, 목 통증이 있었는데, 지난 주 월요일 침 맞고 난 뒤, 더 심해진 것같다. 잠시 감기 때문에 잊고 지내다가, 오늘 아침 돌발적으로 통증이 심해졌다. 

지난 주의 감기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목은 계속 아프고 불편하다. 

아픈 몸 따라 집은 엉망이 되어버렸다. 엉망이 되어버린 집 따라 마음도 엉망이 되어, 손을 쓸 방편이 없다.

혼자 사는 남자에게서 육체의 건강은 인생의 전부가 되는 걸까. 혼자 사는 생활, 이제 좀 지긋지긋해졌다.

2. 
몇 개의 일을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회사에선 도통 여유를 부릴 겨를도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밤 늦게까지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 뿐. 올해 내내 이런 모드이지 않을까 싶다.

3.
고질적인 늦잠이 사라졌다. 출근 시간을 8시 반 정도로 맞추려고 하고 있다. 그동안의 습관이 많이 고쳐졌다고 볼 수 있지만, 이를 나이 탓으로 돌리면, 꽤 불행해진다.  

4.
올 초엔 소개팅도 몇 개 들어오는 것같더니, 요즘에는 완전 끊어져 버렸다. 다행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더 비극적인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여튼 이젠 만날 시간도 없다는 것이다.

5.
휴가를 내서 어디 멀리 여행이라도 가고 싶은데, 여유가 없다. 이틀 코스로 한적한 바닷가로 놀러가고 싶다.

6. 7. 8.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지만, 정리되지 않는 것들 뿐이다. 상처 뿐인 과거만 가진 서른 후반인 것같아, 요즘 마음이 좋지 않다. 

9.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좀 쉬고 싶다. 회사 업무에, 아트페어 준비에.

10.
그래도 일주일에 한 권 씩 책 읽고, 주말에는 음악 들으며, 2주에 한 번 꼴로 와인 마시고, 한 달에 한 번 전시들 몰아서 보고, 한 달에 한 번 이상 새 책과 새 음반을 산다.

사랑하는 이와의 감미로운 키스로 내 삶의 의미를 구하진 못해도, 다소 부적절한 독서와 음악 감상, 경제적 여유를 무시한 와인 마시기, 혼자서 보는 전시들, 무분별한 책과 음반 소비로 내 삶의 의미를 구하고 있다는 건, 다소 좀 보기 좋아보이진 않지만, 아직까진 견딜만 하다. 

종종 신용 카드가 힘에 부쳐 보이긴 하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