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기획, 특히 대형 미술 전시 기획의 어려움은 수익만 쫓아가는 비즈니스의 속성, 그리고 그것과 무관하거나 아직 한국적 풍토와 잘 맞지 않는 예술성, 작품성을 서로 만나게 하는 데 있다. 내가 관여하고 있는 아트페어도 마찬가지다.
4월 29일부터 5월 3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포토2010도 그런 사정을 여실히 드러낸 전시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아트페어에도 프리-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프로덕션이 존재한다. 결국엔 공통된 관심사와 목적, 팀웍이 중요하다. 내가 갤러리스트로 나갔던 아트페어, 혹은 주관했던 아트페어에서 결국 중요했던 것은 팀웍과 참가한 작가나 갤러리의 작품성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마인드였다. 적고 보니, 참 어려운 일이었음을 다시 되새기게 된다.
서울포토2010의 특별전 'Rawvision'의 큐레이터가 아끼는 동생이라, 유심히 살펴보려고 했으나, 부스 디자인이 매우 좋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공간 구성으로 인해 사진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어느 곳에선 사람들로 비좁았고 어느 곳에선 낯설 정도로 한산했다.
특별전의 기획 의도는 분명하다.
- 최재원, '특별전 도록'에서
- 최재원, '특별전 도록'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차원과 예술을 창조하는 차원의 유사함, 그것이 가지는 사회적 가치를 대비시키며, 한국에서 현재를 살고 있는 예술가들의 분발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단 사진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나를 흥분시키는 작가를 만나기란 참 어려운 일이 되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우리의 잘못이다. 하지만 세계는 앞을 향해 움직이고 옆 나라 일본의 흥미로운 사진작가와 대단한 내공을 지닌 스페인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만난 건 서울포토2010의 즐거움이었다. 또 특별전에서 만난 사진작품들은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진 위력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었다.
전시를 보고 난 뒤, 봄밤, 새벽까지 술을 마시며 예술과 정치 이야기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