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P: ART
SUPERSTAR
KEITH
HARING
2010
아열대성의 더운 습기로 가득 찬 대기 아래, 거친 땀냄새를 풍기는 인파를 스치며, 도착한 소마Soma미술관. 종종 괜찮은 전시로 사람들을 모으는 미술관. 다소 한적한 미술관 근처 풍경과 달리 미술관 앞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키스 해링Keith Haring. 이름은 몰라도 그의 작품은 어디선가 다들 한 번씩은 보았을 것이다. 형편없이 말하자면, 상업미술의 거장이라고 할까. 그의 말대로 그가 마음만 먹었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 수도 있었을 것이다(키스 해링 재단에서 상품들을 한정 수량만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대중적이면서 그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
그의 작품은 유아적 순수함과 분명한 메시지, 즉흥적이며 도발적인 선과 색, 수준 높은 간결함이 가져다 주는 역동성으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그런 것을 느끼기에 부족했다. 가끔 미술관에서 보았던 키스 해링의 작품들과 달리 소마미술관에서 만난 그의 작품들은 너무 소란스러웠고 힘이 없었으며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어떤 느낌인가 하면, 전시를 다 보고 나온 아트샵, 금속성 액자에 담겨 바닥에 세워져 있는 키스 해링의 포스터가 그의 작품이 가지는 매력을 가장 잘 대변해주고 있었다고나 할까.
어쩌면 우리는 키스 해링의 작품을 너무 많이 보아온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키스 해링 이후 무수한 키스 해링 아류 작품들을 보아온 탓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소마 미술관 특유의 공간 구성, 소란스럽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일요일의 미술관 탓일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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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말’을 공동 작업할 때 결코 스승과 제자 같은 관계로 일하지 않았다. 해링은 비록 젊었지만 예술에 있어 성숙했고, 우리의 작업은 동일한 무게와 목적을 지니고 있었다. 맨 처음 ‘종말’ 작품들을 보았을 때 완전히 놀랐다. 그것은 충격이었다. 좋은 의미에서의 충격 말이다! 해링은 나의 문맥들을 완전히 이해하고 완벽하게 만들어 냈다.”
- 윌리엄 버로스
The Valley 1 (버로스와 키스 해링이 공동작업한 아트북의 한 페이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