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EA
Insane Park
2011.1.28-2.20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
종종 미술 감상에 대해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미술 작품들을 자주 접하라고 할 뿐이다. 귀에 익숙하지 않은 클래식 음악도 자주 듣다 보면, 선율이 귀에 익숙해지고 몇 해 지나지 않아 클래식 음악 팬이 될 수 있듯, 미술 작품도 그렇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은 자기 귀에 익숙한 음악을 자주 들을 수 있지만(다양한 경로와 방법으로), 미술 작품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아무리 미디어가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미술 작품 관람을 대신할 수 없고, 실제 작품을 관람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그래서 무조건 작품을 실제로 보아야 한다. (나는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도 잘 알고 있다)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은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내려 정독도서관 올라가는 길목에 있다. 자주 좋은 작품이 전시되는 갤러리임으로 삼청동이나 정독 도서관 인근으로 갈 일이 있다면 아라리오 갤러리에 잠시 들렸다가 가는 것도 좋다.
현재 인세인 박의 전시가 2월 20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 젊은 작가는 검은 색 케이블 전선으로 작업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갤러리 안에서 보는 그의 작품은 자세히 보지 않는 이상, 검은 색 케이블 전선이라고 느끼기 어려울 정도다. 그만큼 케이블 전선이라는 소재를 잘 활용하여 평면 회화가 가지는 회화성을 그대로 표현해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는 케이블 전선을 깎아 내어 색채를 표현하는데, 이러한 작업은 케이블 전선이 가지는 물질적 속성 위로 현대인의 초상이 펼쳐져 중의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시 제목이 이를 잘 표현하고 있는 듯 싶다.
이 전시는 현대 미술이 시도하는 새로운 소재, 새로운 표현 기법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으며, 동시에 이러한 소재/기법을 통해 형상화된 초상화가 보는 이에게 어떤 것을 환기할 수 있는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tip. 전시 관람 가이드
검은 색 케이블 전선을 깎아서 만든 작품이라는 점을 유심히 살펴보자. 그리고 현대 미술 작품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소재에 대해서 흥미를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은 쓸쓸하지만, 소재/기법은 재미있다. 이 점에서 이 전시는 혼자 보러 가기에도 적당하고 여럿이 보러 가기도 좋다. 다만 너무 몰입해서 보지만 않는다면. (참고로 최근은 현대 미술에서 추구하는 초상화 작품들은 대체로 우울하고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