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네티즌과 한국 사회의 이중성

지하련 2011. 3. 30. 12:13



예전 같으면 새로운 정보나 뉴스를 신문이나 잡지, TV 뉴스를 통해 알게 되지만, 이제 대부분은 웹에서 구하게 된다. 너무 많아진 정보는 우리를 쉽게 피곤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정보들의 대부분은 쓰레기다.

요즘 같이 웹 트래픽의 대부분이 포털 사이트에 몰려있고, 이들 포털사이트가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는 관계로, 이 포털에 뉴스나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는 콘텐츠 생산자들의 ‘인터넷 저널리즘’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저널리즘’이 얼마나 형편없는가!

내가 주목하는 부분은 ‘네티즌과 한국 사회의 이중성’이다.

2000년대 들어서 이름도 듣지 못한 무수한 인터넷 신문들이 등장했다. 그들이 토해내는 저질 기사들은 우리들의 시간을 잡아먹고 눈을 더럽히고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그런데 이들 저질 기사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네티즌’이다.

도대체 ‘네티즌’은 누구인가? 그리고 이들은 ‘여론’을 움직이고 있는가? 나는 아직 아무런 해답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긍정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된 이유는 ‘나는 가수다’라는 TV 프로그램을 둘러싼 잡음 때문이다. 원래 약속과 다르게 탈락을 해야 하는 가수가 다시 한 번 더 도전하게 되었다고 난리가 났다고 한다. 그 결과, 그 프로그램은 한 달 정도 쉬고, 담당 PD는 교체되었다. 네티즌의 힘이다.

놀라웠다. 그런데 왜 이들은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에만 집중해 공격하는가? 과연 이들은 누구인가?

그렇다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모든 이들에게 공격을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우리는 아주 쉽게 연예인들에게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한다. 공인公人이라는 이유에서다. ‘내가 하면 사랑이요, 남이 하면 불륜’의 논리가 네티즌에게도 적용되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이 네티즌들이 정치인이나 정부에는 참 관대하다. 난리가 나야 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조용하지 않은가. 현 정부는 대선 전 공약을 여러 차례 어겼다. 국민들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다. 그런데 너무 조용하다. 네티즌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에 대해 ‘약속을 어겼다’고 그 네티즌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대학 등록금을 내고 있지만, 현 정부가 반값등록금을 공약을 제시하고 이를 어겼는데, 인터넷 신문에서 걸핏하면 인용하는 그 네티즌은 어디에 있는 걸까?

말할 수 있는 상대에게는 말을 하고, 말할 수 없거나 말하기 거북한 상대에게는 말을 하지 않는 이중성이 네티즌들에게도 있는 것일까? 마치 술집에 가서 10대 아가씨를 찾고 집에 들어와서는 고등학교 다니는 딸을 걱정하는 돼먹지 못한 중년 남성의 심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밖에서는 다문화를 인정하고 인종 차별이 없어져야 한다고 해놓고 자신의 아들이나 딸이 피부색 다른 이국의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하면 반대하는 부모의 마음을 닮은 것은 아닐까.

도대체 네티즌은 누구이며,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혹시 네티즌은 실체 없는 어떤 개념이 아닐까. 형편없는 인터넷 저널들이 자신들의 기사를 꾸미기 위해 인용하는 어떤 단어가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이 나라는 한참 뒷걸음질 치고 있다. 진짜 여론은 전달되지 못한 채 어디론가 사라지고 각색되고 조작되고 희미해진 여론만이 네티즌이라는 가면을 쓰고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