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책상 위 화분

지하련 2011. 5. 31. 13:05


내가 식물을 기르기 시작한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최초는 여러 번의 실패를 거듭했을 것이고 몇 번은 아파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말 없는 식물이 침묵과 쓸쓸함 속에서 잘 자라주었고, 그렇게 몇 년이 지났을 것이다.


사무실 책상 한 켠에 화분을 놓아두고 그 옆엔 낡은, 자신의 노년을 겨우 지탱해나가는 캔우드 리시버 앰프를 놓아두었다. 화분은 소란스럽고 건조한 사무실을 잘 견디었고, 오래된 캔우드 리시버 앰프는 몇 명의 주인을 거쳐간 다음, 나에게 왔지만, 가끔 자신의 처지를 슬프하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를 내기도 했다.

오늘은 화분을 들고 건물 옥상에 올라가 얇게 내리는 비와 계절과 계절 사이의 바람 속에 놓아 두었다.

비와 바람은 옛날 이야기를 내 귀에 속삭였지만, 모던 사회에선 과거는 잊혀져야할 것들의 리스트에 속했고 내일 떠오르게 될 태양 이야기만으로도 내 일상은 여유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그렇게 하루가, 하루가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