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적으로 서비스 개선을 시도했지만, 다른 일들에 우선 순위가 밀리고 담당 업무가 바뀌고 부서를 옮기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 … 아마 그랬을 것이다.
오래된 계약의 보증금. 보증금은 다시 돌려줘야 할 돈이므로, 서비스 개선이 뒤로 밀려 이젠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돌려달라는 연락을 받고 잠시 상념에 잠긴다.
실은 그 사이 복잡한 일들이 있었던 것이다. 복잡하지 않는 회사가 어디 있을까. 그런데 나는 사장의 역할, 의사결정권자의 역할을 다시금 반추하게 된다.
많은 기업들이 오늘도 새로운 수익을 찾기 위해 연구하고 ‘이것이다’ 싶으면 과감한 투자를 감행한다. 그러다가 그 투자가 실패로 돌아가면, 이젠 어김없이 구조조정을 한다(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다. 이는 당연한 일이 아니다). 회계적으로 간단하게 고정비용부터 줄인다.
결국 잘못된 의사결정을 한 것이고, 투자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비용 절감을 시도하고 가장 손쉬운 방법이 사업장을 폐쇄하고 사람을 자르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잘못된 의사결정에는 늘 그렇듯 기업의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대체로 그들은 가만히 있는 경우가 많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기업의 섣부른 의사 결정과 그것의 실패에 대한 대가를 우리는 너무 손쉽게 기업 구성원들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의사결정이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고, 그런 과정 속에서도 실패하였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걸까.
실은 그런 경우는 너무 많다. 정치권의 잘못된 의사 결정, 기업주의 잘못된 의사 결정, 리더의 잘못된 의사 결정에 대해 우리 사회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 조직의 구성원에게 책임을 지운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아직 해답은 없지만, 적어도 이런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상황이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만약 내가 그런 위치에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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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한국사회] 땀에 젖은 지폐 넣지 마세요 / 진중권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82507.html
최근 한진중공업 사태도 어쩌면 이런 일의 결과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