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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종종 받는 질문 중에 이런 게 있다.

"도대체 페이스북은 내 정보를 어떻게 알고 '알 수도 있는 사람'(친구 추천) 부분에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을 추천하고 있는가?"

실은 나도 난감하다. 정보통신(IT)에서 일한 지 벌써 십 년이 넘었지만, 전공은 문학에, 실제로는 서양 미술사를 더 깊게 공부했고, 아트 비즈니스에서 오래 몸 담은 나에게 그런 걸 물어보다니.

그건 그렇고 대강은 어떤 식으로 하는지 알겠지만, 글쎄,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얕게라도 알고 있는 것을 적절한 단어로 풀어 설명하지 못했다고 할까. 그런데 오늘 아침에 어느 기사를 읽으면서 아, 이 단어!라고 무릎을 쳤다.




페이스북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도 신기했다. 내가 제공한 정보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데, 그 일부를 통해 많은 것들을 추측하고 추정해서 비교적 정확한 범위 안의 친구를 추천하고 있으니 말이다.


구글은 우리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페이스북은 우리에게 친구를 찾아주고 판도라(Panodra)는 우리의 개인화된 사운드트랙을 재생한다. 이 서비스들이 우리의 필요와 수요를 예측하는데 사용하는 컴퓨터 알고리즘(Algorithm)이 우리를 꼭두각시로 만드는지 아니면 천재로 만드는지는 단정짓기 어렵다. 하지만 이 알고리즘은 우리의 취향, 구매 습관, 디지털 라이프(Digital Life)에 대한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 Tom Spring, '웹을 지배하는 알고리즘의 비밀(PC World)' 중에서


Tom Spring의 표현대로 컴퓨터 알고리즘(이 단어를 떠올리지 못했으니)을 통해서이다. 간단하게 설명해서 우리가 페이스북을 가입할 때, 제공하는 정보들을 기초로 하며 무한히 증식하는 정보 확장을 통해 최적의 결과를 보여줄 수 있도록(계산되도록) 페이스북의 친구 추천 기능이 설계된 것이다. 즉 모든 개인화된 서비스는 기초 데이타를 바탕으로, 인터넷에 널린 정보들을 다 모아 최적의, 개인화된 결과를 보여준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페이스북과 같은 서비스 회사에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고 인터넷에 자신의 개인 정보를 노출시키지 않은 상태라면, 개인화된 서비스는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한편 알고리즘은 광고주들과 정부 기관들이 행동 데이터와 컴퓨터 공식을 결합하여 우리가 다음 번에 무엇을 할지 또는 구매할지 예측하고 조작하는 세계에 우리를 가둬둔다. 
더욱 발전된 알고리즘을 추구하는 기술적 추세는 소비자들이 정보나 제품을 찾는 상황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기업들과 정부 기관 또는 알고리즘의 힘을 이용해 재고관리 등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사이버 범죄자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다음 행동을 예측하기도 한다. 
알고리즘 괴짜들에게 인터넷은 행동을 유형화하고 예측하는 데이터로 이루어진 꿈과 환상의 세계이다. 
- Tom Spring, '웹을 지배하는 알고리즘의 비밀(PC World)' 중에서


Tom Spring의 '웹을 지배하는 알고리즘의 비밀'은 페이스북, 구글 등이 제공하는 개인화 서비스에 대한 기초적인 기술적인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좋은 기사다. 이러한 방식은 이미 Big Data 분석 기술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IGM Business Review 2011년 봄호 특집이 Big Data에 대한 것이었으며, 최근 여기저기서 Big Data 분석과 비즈니스에 대한 영향, 시사점에 대한 기사와 세미나를 열고 있다. ( 2011/06/21 - [책들의 우주/비즈] - 읽을 만한 경영 잡지, IGM Business Review )

또한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여러 인터넷 서비스들이 제공하는 '개인화된 서비스'가 향후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하는 책이기도 하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니콜라스 카 저/ 최지향


이미 우리의 너무 많은 정보가 인터넷의 바다로 흘러들어갔으니 ... 이제서라도 인터넷의 개인화된 서비스에 만족하지 말고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적 방식을 되살리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개인 정보 보호'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첨예해지는 정책적/법적/비즈니스적 문제가 될 것이다. 니콜라스 카는 더욱 근본적인 지점을 건드리고 있다는 점에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사족처럼 덧붙이자면,

1) 날로 발전하는 웹 상의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우리는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을 얻기 위해 웹 서비스에서 요구하는 개인정보를 있는 그대로 입력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저기 이벤트에 응모할 것이고 게시판에 다양한 내용의 글들을 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많은 기업들이 인터넷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누군가의 정보를 수집하여 하나의 체계화된 정보로 만들어 고객의 생각 패턴이나 행동 패턴을 추정하여 하나의 서비스로 제공할 것이다. (네티즌 수사대가 사소한 몇 가지 정보로 개인을 찾는 일을 웹 서비스 회사의 시스템이 대신하게 된다고 할까) 

2) 이와 반대로 인터넷 여기저기 있는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가공하는 것에 대한 법적인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수집은 기계적인 과정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가공하고 보여주는 행위(웹 서비스의 형태로 포장되겠지만)는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아직 국내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미약한 것이 사실이나, 조만간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다. 

3) 아주 극적인 형태로, '인터넷 러다이트 운동'이 생기지 않을까. 스마트폰을 버리고 인터넷을 버리고 ... (갑자기 영화 터미네이터 생각이 나는 건 왜일까..) 


막상 적고 보니, 꽤 심각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실은 매우 심각한 이야기다. 인터넷 서비스의 발달이 가지는 보이지 않는 면이라고 할까. 여기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Comment +2

  • 빨간도롱뇽 2011.07.31 14:42 신고

    저도 고민 많이 한 문제인데, 제 혼자 얻어낼 수 있는 답은 하나로 모이더라고요. 나와는 아무 관계 없는 사람이지만 페이스북 안에서의 사람들의 연결망 지도에 봐서는 링크가 존재하지만 아직 페이스북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잠재 링크를 분석해 낼 수 있을거에요. 그럼 그 사람을 추천친구로 띄우겠죠.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알고리즘이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해서 나온 건 지는 미스테리네요. 알고리즘을 설계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회공학적인 요소들은 너무 전문적이고 실제 그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상황인 점에서 공상과학적인 현실이 닥쳐와 있음을 느끼네요. 데이터를 단순히 고정된 데이터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연결된 맥락을 추출함으로써 예측의 지표로 삼는 학문은 역사가 생각 보다 긴 편이에요. data mining 같은 경우는 컴퓨터공학 보다는 경영/마케팅 쪽에서 더 활발히 연구되는 걸로 알고 있고요. 그런데 이런 매커니즘이 일반화 되면 취향의 골방에 가두어지는 효과가 우려되죠. 그 취향의 사람이 선호할 가능성이 높은 것들을 소비재와 함께 제공해서 취향을 몰아가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거고요. 특히나 처음 취향이 형성되는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 이런 마케팅의 대상이 되지 않을 자유를 보장해야 할런지도 모르겠네요. 오늘은 늘 미래의 첫 번째 하루인 만큼, 공상과학영화의 주인공처럼 격하게 마주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현실인 것 같아 생각만 해도 고단해요.

    • 데이터를 연결된 맥락으로 본다는 건 ... 마치 뭐랄까. 유동적인 형태여서 그물로 잡아낼 수 없었던 것들을 그물이 아니라 유동적인 형태를 그대로 담아 옮겨 분석하는.. 그래서 결국에는 유동적인 형태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변화하지 않고, 그 생명력을 잃어버리고 박제화된 삶으로 귀결되는 ... 결국 우리 일상이 그렇게 되겠지. 생각만해도 끔찍해지는군.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모여서 지속가능한 지구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일상을 연구해야 되지 않을까 싶어. 지구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적 삶, 일상 속의 영혼마저도 위협받고 있지 않나 싶을 정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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