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예술

블랑쇼와 레비나스를 지나는 문학, 또는 언어

지하련 2011. 8. 9. 20:13

세상 속에 자리할 수 없는 불가능성들이 존재하는 황야에서의 고독.
문학은 우리를 그러한 황야로 이끈다. 문학은 언제나 세상에 속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한다.
- 레비나스


한참 머뭇거렸다. 마치 내가 소설을 쓰지 못하는 이유와 내가 소설을 쓰고 싶은 이유를 담아낸 듯한 저 문장 앞에서.


글을 쓴다는 것, 그것은 사물들을 말들로부터 벗어나게 하며, 존재로 하여금 메아리가 울리는 근원적인 언어로 되돌아가게 하는 것일 게다. 사물들의 존재는 작품 속에 명명된 것이 아니라 말하여지는 것이며, 말들은 사물들의 부재를 가리킨다.
- 레비나스


그렇다면 한국어 문학 중에 그런 문학이 있었던 걸까?

오늘 잠시 들른 서점에서 모리스 블랑쇼 선집이 나온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았다. 기분이 묘했다.
블랑쇼.
매혹적이면서 기묘한 고유명사이다.
 
침묵은 언어를 낳고 언어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낳는다. 그리고 그 곳을 지배하는 것은 우리 영혼의 심연. 그리고 어두움. 내가 꿈꾸는 언어가 있다면 밝혀지지 않은 어두움 속으로 빨려들어가 사라지는, 존재하지 않는 언어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이다.




모리스 블랑쇼에 대하여
에마누엘 레비나스 저/박규현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