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

지하련 2011. 9. 20. 16:01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
다니엘 네틀·수잔 로메인 지음, 김정화 옮김/이제이북스



이제 책을 구할 수 없어,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도 잘 찾지 않는 책인지, 서고로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언어가 소리없이 죽어가는 현대 세계에 대한 경고장과도 같았다.

"한 언어의 어휘는 세상을 이해하고 지역 생태계 내에서 생존하기 위해 한 문화가 이야기하고 분류하는 사물들의 목록이다."


그리고 이 목록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실은 언어의 죽음은 근대화(혹은 계몽)이라는 미명 아래 강제적으로 죽임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죽음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고, 이 책은 종종 가슴 아픈 풍경을 담담하게 적어 나간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고, 그 일은 비생산적이고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전혀 효율적이지 않은 일이다. 소수의 사람들 - 몇 명에서 몇 천명, 몇 만명이 사용하는 언어을 보존하자고? 가령 제주 방언을 비롯한 한국의 사투리도 시간이 지날수록 희석되고 있는데 말이다. 여기에서 표준어 정책의 폭력성이 드러난다. 왜 사투리로 뉴스 방송을 하면 안 되는가?

그리고 특히 전세계적으로 영어의 문제는 매우 심각하지만, 이를 누가 나서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 지식인들 조차도 영어 공용화를 주장하고 있는데 말이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창의성을 키우자고 말하지만, 실은 현대 문명은 다양하다거나 창의적이거나 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문명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언어라는 거울을 통해 현대 문명의 폭력성을 기록하는 보고서와도 같다.
 


[관련 글]
2011/08/17 - [예술의 우주/비평] - 사라지는 언어, 사라지는 세계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 - 8점
다니엘 네틀·수잔 로메인 지음, 김정화 옮김/이제이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