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최병권/이정옥(편)

지하련 2003. 12. 3.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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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최병권/이정옥 엮음, 휴머니스트



"고통스럽지만 깊은 사고를 하지 않는 결과, 하나를 말하면 하나 밖에 모르는, 창조성을 기르지 못한 인간은 결코 높은 생산성과 경쟁력을 지닐 수 없다"라는 이 책 머리말의 한 문장은 이 책을 다 읽고 난 독자로 하여금 경멸감만을 가지게 할 뿐이다.

우습게도 이 책은 이 책이 만들어진 방향과는 전혀 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책이다. 가령 예를 들어 "자유는 주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싸워서 획득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은 형편없었지만, 문제는 이 책에 제시되어있는 답안이 모범적인 것으로 강요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이 책에 실린 문제들에 대한 정답은 없다. 또한 각각의 문제들은 한결같이 까다롭고 어려운 질문들이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고작 한 두 장이라니. 그러면서 창조성을 이야기하다니.

초반에는 기대를 하고 읽었으나 읽는 시간이 아까워 그냥 몇 시간 만에 대강 읽고 말았다. 우리 나라 교육의 문제점은 주입식 교육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 책도 그 교육에 일조하고 있음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적어도 각 질문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보다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도록 문헌 목록이라든가 비슷한 유형의 다른 질문들을 제시한다든가 하는 성의만 보여주었더라도 이렇게까지 혹평을 할 생각은 없었다.

'바칼로레아 논술고사의 예리한 질문과 놀라운 답변'이라니. 예리한 질문은 상당수 보였으나 놀라운 답변이라기 보다는 요약 정리한 답변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하긴 요약 정리는 어느 정도 되어있었으니, 외우기는 좋을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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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이 나온 듯하다. 총 4권인데, 읽어보지 않아 뭐라 말할 수 없겠다. 하지만 내가 위 서평에서 적었듯 이 책의 한계는 명확하다.  이런 책을 읽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전을 읽어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이 따위의 참고서, 요약본만 읽는 바람에, 한국의 학생들은 지루하고 인내심을 요구하는 독서를 견디지 못하게 되었다.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1 - 6점
최병권.이정옥 엮음/휴머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