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프랑소와 피노 컬렉션: Agony and Ecstasy, 송은아트스페이스

지하련 2011. 11. 25. 12:49

Selected works from the Francois Pinault Collection
프랑소와 피노 컬렉션: Agony and Ecstasy
2011.9.3 - 11.19
SongEun ArtSpace


스산한 늦가을 바람이 부는, 오후의 청담동 거리. 연이어 있는 명품 가게들 옆 작은 골목길 안에 송은아트스페이스가 있었다. 1층에는 하얗고 투명한 식당이 있고(레스토랑이라고 하면 고급스럽고, 식당이라고 하면 너무 평범해지나...), 위층으로는 송은아트스페이스다. 

2층에는 다카시 무라카미(Takashi Murakami)의 작품들이, 3층에는 제프 쿤스(Jeff Koons)와 신디 셔먼(Cindy Sherman)이, 4층에는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가 있었다. 아, 작품 가격을 묻는 실례는 저지르지 말자. 실은 별도의 공간이 없다면 다카시 무라카미의 작품은 소장하고 있기도 어려울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프랑소와 피노(Francois Pinault)는 누구인가? 

"프랑소와 피노는 구찌, 알렉산더 맥퀸, 스텔라 매카트니 등의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한 PPR 그룹의 수장으로, 세계적인 경매회사 크리스트(Christie's)를 소유하고 있다. 또한 2천여 점에 이르는 방대한 소장 작품의 전시를 위해 이탈리아 베니스에 팔라조 그라시(Palazzo Grassi, 2006)와 푼타델라 도가나(Punta della Dogana, 2009) 미술관을 설립하여 수준 높은 기획 전시로 베니스 비엔날레와 함께 주요한 현대 미술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 전시 소개 중에서




2층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선연하게 들어오는 다카시 무라카미의 'My Lonesome Cowboy'는, 솔직히 너무 아름다웠다. 그는 현대 미술이라는 스펙트럼 속에서 질풍노도의 소년기에서부터 지쳐버린 노년기의 따스한 추억까지 가로지르는 밝은 애니메이션 풍의 성적인 로망을 과감하게, 가벼운 터치로, 유쾌하게 담아내고 있었다.


My Lonesome Cowboy
Oil, acrylic, fiberglass and iron, 245*116.8*91 cm
* 이미지출처: http://kyokaze07.typepad.com/blog/2010/09/takashi-murakami-my-lonesome-cowboy-viewer-discretion-is-advised.html  (다카시 무라카미는 그의 다른 조각상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개의 edition을 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고 보면, 일본에서 제작하는 애니메이션 피규어와 뭐가 다른 걸까. 단지 크기만... 하지만 일본 팝아트는 일본적 속성을 잘 드러내면서도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의 가닥을 찾아낸 듯 보인다.(아직 한국의 예술가들은 헤매고 있지만) 

4층의 데미안 허스트는 확실히 천재임에 분명하지만, 너무 도발적이고 공격적이며, 심지어 불쾌함을 자아낸다. 그의 죽음에 대한 탐구는 병적일 정도여서, 솔직히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이 점에서 그는 확실히 모더니스트이다. 그는 실존적 부조리의 21세기적 해석을 하고 있으며, 그의 작품 대부분은 실존적 죽음 - 끊임없이 시간 속에서 '죽어가는 나', '나의 육체'에 대한 조형예술적인 반영이다.


데미안 허스트
Matthew, Mark, Luk and John, 1994-2003 
* 이미지 출처: http://www.whitewallmag.com/2011/08/30/14093/ 


소의 머리를 그대로 옮겨왔다. 소의 속성을 4대 복음서의 성인들과 연결지어 만들었으며, ... 실제로 보면 매우 끔찍해서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작품성을 떠나, 보는 것 자체도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일 것이다.

그 외 제프 쿤스의 작품와 신디 셔먼의 작품이 있었지만, 다카시 무라카미와 데미안 허스트 앞에서 너무 얌전했다.



* 이 글이 올라온 시점에, 이 전시는 끝났습니다. ㅜㅜ. 실제 작품을 보고 난 다음 더 강력하게 추천했어야 했음을 깨달았습니다. 다카시 무라카미의 작품과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은 당분간 한국에서 보기 어려울 것같으니깐요. 성의 없는 글쓰기라도 자주 업데이트해야 겠다고 스스로 다짐해봅니다. (일정에 맞춘 정보가 더 중요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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