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벨라 바르톡의 일요일 아침

지하련 2012. 1. 17. 09:06
지난 일요일 오전에 적다가 ... 이런저런 일상들로 인해 이제서야 정리해 올리는 글.



어제(토요일) 읽다가 펼쳐놓은 책, 정확하게 378페이지를 가리키고 있다. 그 페이지의 한 구절은 이렇다. '여러 의사결정에 집단의 책임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난 실패의 원인을 규정하는 것에도 집단적인 거리낌이 있다. 조직들은 지난 일에 대한 평가와 반성을 회피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제프리 페퍼Jeffrery Pfeffer의 1992년도 저서, Managing with Power: Politics and Influence in Organizations를 번역한 이 책의 제목은 '권력의 경영', 내가 이번 주 내내 들고 있는 책이다.

어제 내려 놓은 이디오피아 모카하라 드립커피는 식은 채 책상 한 모서리에 위치해 있고, 낡은 만년필은 굳게 입술을 닫힌 채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았다. 식은 커피 속에서 커피향이 진하게 퍼져 나왔다. 어느 해의 1월, 두 번째 일요일 아침, 창틈으로 차가운 겨울 대기가 스며드는 서재.

사용하던 오디오를 처분해야 되는데, 계속 미루고 있다. 오래된 JBL X40 Speaker와 A&R Cambridge Inti-Amp, 그리고 낡은 파이오니아 턴테이블. 합쳐서 40만원에 팔면 팔릴까. 아침에 일어나 벨라 바르톡의 피아노를 듣는다. 요즘 그가 좋다.





작은 스피커로 물결치듯 방 안으로 흘러가는 피아노 소리. 오늘, 일요일, 아무런 계획도 없다. 하지만 할 일은 산더미 같고 이제 마흔이라는 나이가 실감난다.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 벨라 바르톡, 여전히 그는 한국에서 그다지 인기 없는 작곡가들 중의 한 명이었다. 이번 주, 그의 음반 하나를 더 사야겠다. 아, 혹시 내 오디오를 사 갈 사람이 어디 없을까. 조만간 상세한 내용을 블로그에 올려봐야 겠다. 창 틈으로 일요일 아침의 찬 바람이 들어온다. 새로운 해의 바람이다. (하지만 불과 백 여년 전만 해도, 아직 새해가 오지 않는 12월이지만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