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예술

엘렌 그리모의 특별수업

지하련 2012. 2. 8. 02:19

엘렌 그리모의 특별 수업 - 8점
엘렌 그리모 지음, 김남주 옮김/현실문화연구(현문서가)


엘렌 그리모의 특별 수업
엘렌 그리모(지음), 김남주(옮김), 현실문화


진정한 행복이란 피상적인 행복에 만족하지 않는 데 있다. 훌륭한 그림이나 시나 노래에 스스로를 헌신하듯 행복에 자신의 삶을 바쳐야 하는 것이다. 매일, 매순간에 자신만의 붓질, 자신만의 표현, 자신만의 음을 입혀야 한다. 멋진 작품은 저자가 자신 안으로 침잠해 그 바닥을 파내 그 안을 삶으로 가득 채우기를 원한다. 진정한 행복이란 새 한 마리, 돌 하나, 나무 하나가 태양에 연결된 빛처럼 에덴에 소속된 그 낙원을, 그 에덴을 되찾는 데 있다. 행복이란 그런 완벽한 조화, 사랑에 빠진 오르페우스의 노래, 천사의 날개가 우리를 스칠 때 우리 영혼에서 나오는 노래다. 일단 그런 상태에 도달하고 나면 그 무엇도 이 조화를 깨뜨릴 수 없다. 행복은 이제 눈문에서가 아니라 샘에서 솟아나기 때문이다. 고유한 힘을 지닌 채 조화의 양만을 품고 확고한 목표를 갖고 매순간 각 사물에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행복은 고통도 죽음도 폐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들을 혼돈에서 구해낼 뿐이다.
- 248쪽


오가는 지하철에서 그녀의 책을 읽었다. 그녀의 최근 연주들은 무척 좋다('무척'이라는 것이 다소 편파적으로 들릴 지도 모르겠다. 실은 몇몇 평자들은 엘렌 그리모는 그녀의 외모 덕을 많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이 책을 읽으면 피아니스트로서의 엘렌 그리모가 명확하게 다가온다. 그녀의 생각, 그녀의 문장, 그녀의 꿈을 읽으며 그녀의 연주에 한 발 더 다가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참 좋은 책이다.

하지만 그녀의 연주를 들어본 적이 없다거나, 그녀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어떨까? 나같이 까다로운 독자에게는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마음 착한 소녀가 세상을 마냥 아름답게만 보는 책이라고 할까. 문장 표현력도 나쁘지 않지만, 너무 착하다고 할까... 그녀의 피아노 소리도 그렇다. ... 이쁘다..


Helene Grimaud plays the "Adagio" from Mozart's Piano Concerto no.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