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럽게, 상냥한 오월의 바람이 녹색 이파리 끝에 닿자, 이미 무성해진 아카시아 잎들이 놀라며, 스치는 바람에게 지금 칠월이 아니냐고 다시 물었다.
반팔 차림의 행인은 영 어색하고 고민스러운 땀을 연신 손등으로 닦아내며, 건조한 거리를 배회하고, 길가의 주점은 테이블을 밖으로 꺼내며, 다가올 어지러운 마음의 밤을 준비했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이야기했지만, 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2012년 5월 어느 날, 그 누구도 듣지 않고 말만 했다. 말하는 위안이 지구를 뒤덮었다.
아스팔트 아래 아카시아 나무 뿌리가 바람에 이야기를 건네었지만, 땅 위와 아래는 서로 교통이 금지되었고, 학자들은 그것을 모더니티로 담론화시켰다.
(이제서야 로르카의 시가 읽히다니... 1996년도에 산 시집인데..)
연 가
내 입맞춤은
깊이 틈새 벌린 석류,
네 입술은
종이 장미였다네.
눈 덮인 들녘 땅.
내 양손은
모루를 향한 무쇠;
네 육신은
종소리 울리는 낙조였다네.
눈 덮인 들녘 땅.
구멍난 푸른 빛 해골 속에
종유석은
사랑하는 당신 모습을 만들었다네.
눈 덮인 들녘 땅.
철없던 내 꿈들은
곰팡이가 가득 피고,
솔로몬 같은 내 고통은
달에까지 사무쳤다네.
눈 덮인 들녘 땅.
지금 나는 나의
사랑과 나의 꿈을
정상을 향하며
신중히 길들이네
(눈 없는 어린 말들)
눈 덮인 들녘 땅.
- 가르시아 로르카, 1921년 (김현창 옮김, 청하, 199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