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생과 바흐만큼 어울리는 짝도 없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한 명은 고전적 바로크 예술가이고 다른 한 명은 바로크 음악의 대가이다. 연주되는 음악 밑으로 깔리는 엄격한 작법은 마치 푸생의 고전적 태도를 엿보게 한다고 할까. 라이프니츠의 기하학 - 바흐의 변주 - 푸생의 고전주의를 연결지어 공부하면 참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럴 기회는 없었다.
책이나 잡지를 읽으면서 메모하는 습관을 가졌으나, 정리할 시간을 가지지 못한 채, 메모가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그래서 당분간 그 메모들을 정리할까 하는데, 오늘 발견한 것은 칸딘스키와 파울 클레의 이야기다.
추상표현주의 대가 칸딘스키. 그는 현대적 의미에서의 '회화성'를 극한까지 밀고 나가 색채의 율동(리듬과 운동)으로만 구성된 일련의 작품들을 완성했다. 특히 음악에서 영감을 얻는 그의 작품들은 20세기 초 추상 미술의 아름다움을 화려하게 그려내고 있다.
Composition IV
1913년도 작
"색은 영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힘이다. 색은 건반이고, 눈은 망치이며, 영혼은 끈이 달린 피아노다. 예술가는 연주하는 손으로, 하나의 키 또는 다른 키를 두들겨서 영혼을 떨리게 만든다."
- 칸딘스키
파울 클레, 또한 음악에서 깊은 영감을 얻었고 공공연히 음악과 미술의 연관성, 그리고 회화가 가지는 음악성, 리듬, 선율을 이야기했지만, 사람들이 얼마나 그의 말에 귀 기울였는지는 모르겠다. 도리어 그의 의도와는 관련없이 파울 클레는 종종 색채, 색채 구성이 가지는 기하학적 형태가 더 많이 언급되곤 한다.
실은 음악만큼 기하학적인 구조물도 없을 텐데 말이다. 중세 시대 내내 미술은 천대 받았지만, 음악은 천상의 구조를 그대로 현실 세계로 옮겨놓은 기하학적 유비로서 인정받았다는 걸 떠올린다면, 우리는 쉽게 파울 클레를 통해 현대 음악을 발견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Red Balloon, 1922, Oil on muslin primed with chalk, 31.8 x 31.1 cm. The Solomon R. Guggenheim Museum, New York
"나는 이 세상에서 이해될 수 없는 존재다. 내가 편안하게 머무는 곳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과 죽은 사람들 사이에 있다. 대개의 경우 창조의 핵심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있지만, 아직 충분하다고 할 만큼은 아니다."
- 파울 클레
* 도판 출처: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