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심리학 - 필립 휴스턴 외 지음, 박인균 옮김/추수밭(청림출판) |
거짓말의 심리학
필립 휴스턴, 마이클 플로이드, 수잔 카니세로, 돈 테넌트(지음), 박인균(옮김), 추수밭
'심리학'이라는 단어가 붙어서 인문학스러운 분위기를 풍기지만, 이 책은 인문학 서적이라고 보기엔 매우 실천적이다. 영어의 원제는 'Spy the Lie'(거짓말을 알아채라).
인문학 서적이 아니라 진지하지 않다거나 깊이가 없을 것이라고 미리 단정짓지 말자.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이 책을 한 번 더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책은 실제 CIA 요원들이 저술하였고, 공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공개하고 실제 사례를 그대로 분석하면서 이해를 돕고 있다. 살인사건 용의자로 재판을 받았지만, 무죄를 선고받은 O.J.심슨 등 실제 사건들의 용의자 심문, 언론 인터뷰 등을 예로 들면서 어떻게 거짓말이 노출되는가, 그리고 어떻게 거짓말임을 파악할 수 있고 추궁할 수 있는가를 실제적으로 가르쳐주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실천적인 지식 뿐이라면, 이 책은 관련 업종 종사자, 가령 경찰이나 검찰, 또는 관련 인터뷰어에게만 유용했을 것이다. 이 책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렇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항상 우리의 지각을 조종할 방법을 찾는다는 점을 부디 잊지 말라
- 130쪽
살아가면서 우리는 무수한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그런 거짓말은 일상의 사소한 편의를 위해서이지, 누군가를 해할 목적을 지니지는 않는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와 맞닥뜨리게 된다면? 내가 이 책을 권하는 목적은 바로 여기에 있다. 거짓말의 분야가 실천적 지식의 탐구 대상이 된다는 것도 흥미롭지만(예상은 되지만), 그 실천적 지식을 바탕으로 저자들은 많은 용의자들을 실제 범인임을 밝혀냈다.
누군가는 이미 거짓말을 하고자 마음 먹었고 일상의 우리는 손쉽게 사기를 당하게 된다. 조금만 더 철저했다면 하고 후회하지만, 그건 이미 늦은 후. 이 책은 어떤 거짓말들은 우리를 쉽게 속인다는 것을 알려준다. 누군가를 설득시키는 것도 좋지만, 악의를 품은 누군가에게 속지 않는 건 더 중요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독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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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실린 아래 도표를 보면 무척 흥미롭다. 자녀에게 '숙제 했니?'라고 물었을 때의 반응을 표로 옮긴 것이다. 말만 그대로 들을 것이 아니라 말은 말대로, 동시에 행동까지 파악해야 된다. 그리고 저자들은 말과 행동의 불일치를 지적하면서 그런 행동들의 사례를 언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