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문명의 붕괴, 조지프 A.테인터

지하련 2013. 2. 17. 12:46
문명의 붕괴 - 10점
조지프 A.테인터/대원사




문명의 붕괴
조지프 A. 테인터, 대원사, 1999.


(오래 전에 쓴 서평을 다시 업데이트해 올리는 것은, Slow Death(느린 죽음)이라는 것이 최근의 내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테인터의 이 책은 지금은 구하기 힘들지만, '문명의 붕괴'에 대해 탁월한 통찰을 보여준 책들 중 한 권이다. 레베카 코스타의 <<지금 경계선에서>>에서 초반부 복잡성의 증대가 문명의 붕괴를 불러온다는 견해도 조지프 테인터의 이론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붕괴하는 문명의 끝자락에 있을 지도 모르는데, 사람들은 태평하기만 하고 자신들만을 위한 평화와 안정에만 관심이 있으니 ... 걱정이 앞선다.) 

 



"48시간 내로 이라크를 떠나라"라는 최후 통첩은 <<문명의 붕괴>>를 읽고 난 다음 무척 신선하게 들리기까지 한다. 아마 요한묵시록의 팬이라면 최후의 전쟁인 "Harmagedon"을 떠올릴 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의 중동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게 보인다. 그만큼 붕괴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뜻일까. 테인터가 정리하고 있는 붕괴의 과정은 아래와 같다.


1. 인간 사회는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이다.
2. 사회정치적 체제는 에너지가 투입되어야 유지된다.
3. 복잡성이 증가하면 단위비용도 증가한다.
4. 문제해결을 위한 대응으로서 사회정치적 복잡성에 대한 투자를 하면 한계 수익이 감소하는 시점에 봉착하게 된다.



그리고 한 문명은 붕괴한다? 그러나 이것은 한 문명의 관점에서 바라본 것일 뿐이다. 중요한 점은 붕괴도 문제해결의 방식이며 '효율화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가 말하듯이 온난화 때문에 극 지방의 빙하들이 녹고 이렇게 늘어난 바닷물이 해일이 되어 해변가의 도시를 덮치더라도,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복잡한 사회는 붕괴될 수 밖에 없다'고 한다면 단순한 사회에서 만족하고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단순한 사회에 대한 염원은 여러 생태 공동체 운동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러한 생태공동체 중 하나인 '오로빌'에서는 최근 자율방범대를 만들었다. 얼마 되지 않던 인구가 현재 1600여명 가까이 거주하고 있는 큰 마을이 되어 버렸다. 인구의 이동이 잦아지고 빈부의 격차가 나타남으로 인해 돌발적인 사건의 가능성도 높아진 셈이다. 이런 환경의 변화로 인해 자발적으로 방법대를 조직하여 야간에 오가는 사람들을 체크한다. 

1600여명의, 생태공동체에서 금욕적인 생활을 하겠다고 모인 사람들의 마을에서 자율방범대를 조직했다는 것만으로 우리 문명에는 탈출구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사람들이 모여살기 시작하면 하나둘 새로운 문제들이 등장하고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는 복잡해지고 이 복잡의 정도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서서히, 혹은 급격히 붕괴되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단순한 사회를 지향할 필요는 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합리적으로 사고해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단순한 사회를 지향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들 중 몇몇은 모험을 즐기고 복잡한 문제에 남다른 호기심을 보이면서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기도 한다. 몇몇은 단순한 사회로 들어가 한 문명을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이고 몇몇은 끊임없이 몰락하고 새로 생기고 하는 문명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니 현재의 우리 문명이 붕괴한다고 해서 놀라거나 당황할 필요는 없다. 따지고 보면 인류의 역사에서 보자면 자주 있어왔던 일이니 말이다.

테인터의 책을 읽으면서 두 권의 책이 머리 속에 떠올랐는데, 하나는 오마르 카이얌이 쓴 <<루바이야트>>(민음사)이라는 시집이다. 11세기 아랍의 시집이지만, 현대인이랑 별반 다르지 않게 보인다. 수메르의 경우처럼 말이다. 두번째는 헬레나 노르베리-호지가 쓴 <<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운다>>(녹색평론사)라는 책이다. 이 책은 생태공동체에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책이다. 두 권 다 감동적인 구석이 많은 책이다.


* 이 책은 절판되었다. 중고서적으로도 구하기 어려운 책이 되었다. 나 또한 이 책을 분실했으니. 

https://www.amazon.com/Collapse-Complex-Societies-Studies-Archaeology/dp/052138673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