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문학

안철수의 생각

지하련 2013. 3. 31. 22:08


안철수의 생각 - 8점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김영사




안철수의 생각
안철수(지음), 제정임(엮음), 김영사 




게으르게 읽었다. 책의 내용은 대부분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의견 표명들이었다. 이야기하는 주제나 소재에 대해 상세한 부분들(원인과 정책 방향 등)까지 언급하였다면, 이런 형태의 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실은 그렇게 접근했다면, 이렇게 팔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인터뷰 형태의, 적당한 수준에서 합리적인 문제 접근과 해결 방향 정도를 표명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매우 안전적인 방법을 택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정치인을 택할 때는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로 선택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 나는 한국 정치를 둘러싼 국민들의 태도에 대해 매우 비관적이다. 

정치인 안철수에 대해 관심 없는 사람들은 그의 생각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사람들은 정치인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궁금하지 않다. 사람들은 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정치인들에게 소신이나 세계관, 국가관 따위를 묻지 않는다. 나아가 사람들은 정치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없다고 생각한다.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저 방송 뉴스나 신문에 나오는 짧은 언급을 흘려듣는 수준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 사람들은 그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이 나라의 미래가 어두워져가고 있음에 대해 결국 책임지지 않을 것이며, 방관할 것이고 변명할 것이다. 그들의 무책임한 행위로 인해 젊은 세대의 고통이 늘어날 것이지만, 그들은 그것을 젊은 세대들 탓으로 돌릴 것이다. 자신이 지내온 과거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이 책은 참 슬프다. 깊이 있는 내용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 식견을 가진 이라면 아무나 말할 수 있는 수준의 내용이었다. 그렇다고 더 깊이 있는 이야기가 이 책에서 전개되기를 바란다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다. 왜냐면 독자들 대부분은 그것에 관심 없기 때문이다. 세상을 보고 읽는 눈이 더욱 비관적으로 변해간다는 사실은 참 슬픈 일이고, 안철수의 진지한 고민이 이 나라에 호소력 있게 다가가기엔 우리들은 아주 기본적 것들부터 되어 있지 않다. 가령, 타인의 말에 귀 기울여 듣기, 배려하기, 서로를 이해하면서 토론하기, 서로 같은 목적지를 향해간다는 동반자적 태도... 뭐, 이런 식으로 나열하면 끝도 없겠지. 

정치인 안철수에게 관심 있는 독자에게 이 책은 매우 중요한 책이다. 또는 거의 책을 읽지 않는 독자로서,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점들을 한 번 일람하고 싶다면, 이 책은 제법 괜찮은 지침서가 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