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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영혼


1.

Contemporary Art를 '동시대 미술'로 옮겨야 하나? 이전에는 현대 미술로 옮겼는데, 이 잡지에 실린 정형탁 편집장의 글을 읽고 난 다음, 고민에 빠졌다. 


아서 단토A.Danto가 정의한 '예술의 종말' 이후 생긴 '컨템포러리'는 이제 더 이상 미술작품은 어떠해야 한다는 특수한 존재방식에 방점을 찍은 거다. 예술이 미학의 집으로 편입되었을 때 이미 이런 현상은 예견되었는지 모르겠다. 팝아트의 등장으로 미술의 고유한 가치를 찾으려는 목표는 허망한 것이 되었고 삶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노력들이 생겨났다. (정형탁, '자살, 자본의 메타모프로시스' 중에서, 65쪽) 


(솔직히 정이 가지 않는) 미술 이론가 아서 단토를 인용하며, 그는 컨템포러리의 의미를 구한다. 굳이 저토록 진지해질 필요는 없어 보이지만 말이다. 다시 이야기해서 동시대 미술의 예술의 진지함, 심각함, 이론에의 집중을 벗어나고자 다양한 노력을 하는 것과 반대로 평론가들은 더 진지해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 글은 '컨템포러리'의 의미를 구하고 있고, 도리어 '모든 게 예술이고 모두가 예술가다. 그런데 과연 그럴 수 있는가? 현실은 여전히 공고하게 시스템의 언어 속에서 작동한다'고 지적하며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바 '특수한 존재방식'이 있음에 저항해야 된다는 것이 이 글의 요지이긴 하다. 


그가 인용하는 알랭 바디우는 '다문화주의란, "화폐만을 통해 보편화되는 세계를 유지하기 위한 문화주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한다. 결국 돈이 문제인가? 


2.

이 잡지 - Contemporary Art Journal 2011년 Vol.7'도 거의 2년만에 읽었다. 올해 읽은 책 수를 세어보니 잡지를 포함해도 20권이 되지 않았다. 일상이 바빠지니, 독서나 전시 관람에 쏟는 시간이 해가 갈수록 줄어든다. 그런데 이 줄어드는 시간만큼 내 관심사는 더 넓어지니, 이를 어쩌면 좋으랴. 


3. 

근데 사실 '스칼라 마인드Scholar mind'와 '크리틱 마인드Critic mind'는 구별된다고 보거든요. 스칼라 마인드는 가치 중립이거든요. 크리틱 마인드가 되려면 어떤 것을 그래도 선호해야 됩니다.자기가 보는 전형이 있어야 되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 그것 때문에 많이 고민했어요. 그 당시에도 고민했고. 지금에서야 어떠냐 하면은 둘 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김복영, 대담 중에서, 15쪽 


4. 

이러한 논리에 따른다면, 한국 사회에서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외부의 충격이 한국 사람들이 견디어 내기 힘들만큼 크거나, 아니면 외부의 충격이 크지는 않지만 한국 사람들의 내부가 취약하거나 이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자살률이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 역시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외부의 충격이 점점 더 강해지거나, 한국 사람들의 내부가 점점 더 취약하거나 이다. 

- 이홍균, '자살의 사회적 원인' 중에서, 41쪽 


5. 

이제는 화가도 필요 없다. 작가도 필요 없다. 음악가도 필요 없다. 조각가도 필요 없다. 종교도 필요 없다. 공화당도 필요없다. 왕당파도 필요 없다. 제국주의도 필요 없다. 무정부주의자도 필요 없다. 사회주의자도 필요 없다. 볼셰비키도 필요 없다. 정치가도 필요 없다. 프롤레타리아도 필요 없다. 민주주의자도 필요 없다. 군대도 필요 없다. 경찰도 필요 없다. 민족도 필요 없다. 이 모든 천치들은 필요 없다. 더 이상 아무 것도 필요 없다. 아무 것도. 아무 것도. 그리하여 새로움이라는 것도 결국엔, 지금 우리가 원치 않는 그 모든 것들, 똑같은 것으로 변하겠지만, 우리는 다만 그것이 덜 썩어 빠진 것이 되기를 바라며, 너무 빨리 '그로테스크한' 것으로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 

- 루이 아라공Louis Aragon, 1920년 2월 5일, 다다 제 2선언. (정형탁의 글 중에서 재인용, 66쪽) 


6. 

1917년 뒤샹이 변기를 출품한 앙데팡당전에 강사로 초빙받은 시인이자 미술평론가였던 아르튀르 크라방Arthur Cravant은 예술적 제스처로 스스로 자살을 선택하기도 했다.

- 정형탁, '자살, 자본의 메타모르포시스' 중에서, 67쪽 


7.

장 - 루이 뿌아트뱅의 '자살: 불가능한 매뉴얼'이라는 아티클은 주의 깊게 읽어볼만 했으나, 한편으로는 끔찍하기도 했다. 자살을 직접적으로 예술 작품의 소재나 주제, 더 나아가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다룬 여러 사례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 잡지야 전문가들이 읽을 터이지만, 이 공개된 공간에서 인용하기에는 끔찍하기만 하다. 몇 사례는 너무 끔찍한 탓에, 크리스 버든 Chris Burden의 초기 작품인 Shoot은 애교스러울 정도이다. 






이와 같은 자살에 관한 접근 중 가장 의미 있는 예시들은 60년대 말 비엔나 출신의 2명의 예술가, 귄터 브루스Gunter Brus와 루돌프 슈바르츠코글러Rudolph Schwarzkogler에 의해 주도된 활동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 당시 슈바르츠코글러는 공개적으로 퍼포먼스를 펼친 것이 아니라 단지 사진 시리즈를 위해서만 퍼포먼스를 한 유일한 아티스트였다. (...) 실제로 그는 29살의 나이에 창문에서 뛰어내림으로서 다른 인생, 앙토닌 아르토Antonin Artaud가 주목한 '익명의 삶과 우주에 연결된 신체', 그리고 질 들뢰즈Gilles Deleuze가 명명한 '기관 없는 신체le corps sans organe'에 대한 사색의 행위와 통찰을 끝내버렸다. 

- 82쪽


자살은 도덕이나 재현과 관련된 존재의 경계만을 밝히는 미학의 주제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내밀한 결합, 내면과 심리, 상상 속에 판타즘과 실천 가능한 행동의 주제가 되었다. 

- 82쪽


자살을 예술과 삶의 영역에서 다룰 때 야기되는 한계는 항상 같은 것이다. : 우리는 자살을 보여줄 수 없고, 단지 이것에 대한 준비와 결과만을 보여줄 수 있다. 아직 어떤 작가도 자신의 자살을 연출하거나 사진, 비디오로 촬영하지는 않았다. 

- 83쪽 



9. 

그 외 읽을만한 글이 많았다. 이제 작업을 하는 이들과 술 한 잔 할 여유마저도 사라져 버렸지만, 가끔 읽는 이런 잡지도 사소한 위안을 구하곤 한다. 









Comment +2

  • 예술가들은 자살조차도 예술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겠지요. 그런데 자살할만큼 힘들어 하는 사람과 자살로 인해 고통받는 남은 사람들을 보면 어디까지가 한계인가하는 질문이 생길 것 같아요. 아니면 그 질문조차 의미없는 것일까요?

    • 위의 사례로 등장한 것은 자살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지점으로 몰린 우리의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내어 심리적 해소를 기대하고 있다고 할까. 하지만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자살에 이르는 어떤 감정이나 태도에 대해 위로하고 치유하려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살에 몰린 사람들을 위한 예술 참여 치료가 좀 더 활성화되어야 할 것 같고요. ... 뭐랄까, ... 위 내용과는 무관한 것이지만, 저는 한국 사회, 한국 사람들 스스로가 자신들을 자살로 몰고 가는 것같아요.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고 비난하면서, 동시에 자신을, 자신의 가족을 채찍질하고 ... 안 되면 남 탓, 사회 탓을 하고는 결국 극단적인 시도를 하는 ... 뭔가 나라 전체적으로 잘못되어 있다고 할까 그런 생각을 요즘 자주 하게 됩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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