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센코노믹스, 아마티아 센

지하련 2013. 7. 16. 11:43

 

센코노믹스, 인간의 행복에 말을 거는 경제학 - 10점
아마티아 센 지음, 원용찬 옮김/갈라파고스

 

 

 

 

센코노믹스 - 인간의 행복에 말을 거는 경제학 

아마티아 센(지음), 원용찬(옮김), 갈라파고스 

 

 

 

 

 

 

이 짧은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한국의 정치에 대해서 생각하였다. 

 

아마 많은 한국사람들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정부를 원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심지어  누군가의 말처럼, 한 쪽으로 부가 몰리면 그 부가 넘쳐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아니 믿는 듯하다. 그런데 이 얼마나 어리석고 순진한 국민들인가. 

 

현재 한국이 가진 경제적 문제, 불평등, 중산층의 붕괴 등이 발생하게 된 것은 경제를 신경 쓰지 않은 정치인들 탓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신경 쓰지 않는 정치인들 탓이다. 그리고 이 후진적 정치 - 국가 기관이 대놓고 나서서 여론 조작을 하고도 떳떳하게 이야기하는 걸 두고도 정부와 여당은 일언반구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는 - 는 한국 국민들의 현 수준 - 정치적 상황에 둔감하고 공동체의 미래가 아니라 자신의 안위만을 고려하는 이기적인 수준 - 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 말로는 나라의 미래가 어떠니 이야기하면서 일개 이익 단체 수준의 사고만을 하는 이들에게 이 나라의 정치를 맡겨놓았으니, 국민의 체감 경제는 계속 어려울 것이고, 살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 뻔해 보이니, 기대하지 말기로 하자. 

 

이제 한국 정치를 욕하지 말고 이 나라의 국민들을 욕하자. 민주주의 따윈 필요 없고 잘 살기만 하면 된다고 믿는 국민들을 욕하자. (이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아마티아 센은 종종 한 나라를 휩쓰는 ‘기근’이 자연재해가 아니라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벌어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경제학자답게 그 사례들을 분석하고 제시하면서, 민주화된 사회에서는 자연재해로 발생한 흉작을 해결할 수 있는 체계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회에서는 흉작이 바로 기근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은 체계적인 공적 교육 시스템, 낮은 문맹율, 그 외 학습 능력에 있다고 말한다. 한 나라가 잘 살게 되는 것은 이러한 민주화와 유,무형의 인프라에 있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IMF 경제 위기 상황이 벌어진 것도 비즈니스의 투명성 결여, 특히 금융이나 상거래 체계를 점검하는 정밀한 공적 감시 시스템의 부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니 전 방위적으로 민주화된 사회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의 경제 성장율과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의 경제 성장율만 비교해봐도 바로 나오는 것임에도 이 나라의 사람들은 관심도 없다)  

 

이 짧은 책은 아마티아 센에 대한 소개이지만, 실은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고 잘 살기 위해서는 기존의 경제학적인 관점이 아니라 전혀 다른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글들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아마티아 센은 어려운 경제학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빈곤을 넘어서고 모든 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어떤 사회,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실제 사례들을 열거해가며,  이 고민을 나누고 그것에 대한 해결책 모색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실천적 경제학자의 관점을 알 수 있는 것은 역자인 원용찬 교수의 '옮긴이 해제: 아마티아 센을 말한다'에서 구할 수 있다. 아마티아 센은 '‘공리주의와 호모 에코노미쿠스를 합리적 바보(rational fools)라고 비난하며, 기존 경제학에서 상정하는 개인을 버리고 타자 속에서 살아가는 어떤 개인을 고려한다. 

 

 

센이 제안한 것은, 타자의 존재에 도덕적 관심을 갖고, 타자와의 상호관계를 자기 가치관에 반영시켜서 행동하는, 즉 사회적 커미트먼트(commitment, 현실 참여, 약속, 의무, 책임 수행 등을 포함한다)를 갖는 개인이다. 사회적 책무성을 갖는 개인은 경제학에 따뜻한 마음을 갖게 되어 사회와 정치 문제에 경제 윤리의 관점을 부여한다. 이렇게 센은 합리성만을 자기 이익의 극대화로 보는 시각은 매우 비과학적이며, 실제로 그것이 인간생활에서 요구되는 수많은 협동정신과 희생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개탄한다. (옮긴이 해제 중에서, 18쪽)

 

 

그리고 기존 경제학에서 풀지 못했던 리버럴 패러독스 -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없으며, '파레토 효율'에서처럼 누군가의 이익이 누군가의 손해가 된다는 - 를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리버럴 패러독스liberal paradox는 아마티아 센이 발견한 논리적 패러독스로 그의 경제학 이론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센은 개인의 고유한 영역을 인정하는 최소한의 자유주의(Minimal liberty)를 요청하고 있다. 자유로운 개인의 존재를 인정하여 그들이 갖는 자유와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센은 자유주의를 파레토 원리보다 우위에 둠으로써 리버럴 패러독스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마침낸 여기에서 경제학적 파레토 원리에 비후생주의적 요소(개인의 효용에만 의존하지 않는 것) 또는 비효용정보를 고려하여, 자유와 권리를 접맥시키는 작업이 일단락 되었다. 센은 애로의 비독재성의 존건을 최소한의 자유주의로 바꾸어서 불가능성 정리를 ‘가능성 정리’로 대체한다. (옮긴이 해제 중에서, 28쪽)

 

 

부분적으로 읽기에 다소 까다로울 지 모르나, 강력하게 추천한다. 아마 그의 다른 책들은 이 책보다 수 배는 더 어려울 테니 말이다. 아마티아 센에 대한 독서는 적어도 현재 한국 사회와 경제를 낙후시키는 여러 문제의 근원이 후진적 정치에 있음을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나는 이를 언론 종사자들이 알았으면 좋겠는데, ... ... 그러기엔 한국 국민들이 후진적인 상태로 악화되었다고 보는 편이 나을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