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Thinking/조직, 리더십

구글에서의 경쟁 문화

지하련 2014. 2. 6. 18:01




작년 가을에 읽은 기사인데, 메모해둘 필요가 있어 여기 옮긴다. 머니투데이의 유병률 기자의 인터뷰 기사로, 구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준영씨(구글 검색팀 테크니컬리더 매니저)를 만나 구글의 '경쟁'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아래 인용문들은 기사 내 이준영씨의 언급들이다. 


기사: 경쟁이란 무엇인가? -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66>韓 첫 구글러 이준영씨 "구글은 전쟁터"




"이 곳에서는 360도 성과 평가를 하지요. 전후좌우 바로 옆에서 평가를 합니다.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동료들이 적나라하게 리포트를 하고, 내가 그걸 다 받아 보게 됩니다. 이게 왜 무서운가하면, 상사 눈을 속일 수는 있어도, 동료들 눈은 속일 수가 없거든요. 발가벗겨지는 느낌이에요. 그러니 알아서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하는 거예요. 발전하지 않으면 1년만 지나도 바닥에 내려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니까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역할이 주어지지 않지요."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가 하기 참 어려운 일이다. '평가'란 그런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발전을 도와주기 위한 '평가'라면 어떨까? 기사 내내 이러한 평가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한다. 



"평가 시스템을 몇 번 겪어보면, 부담 없이 상대를 칼 같이 평가하게 됩니다. 철저하고 냉정하게 평가해주는 것이 결국 그를 돕는 것이고, 나도 사는 길입니다. 누가 나 자신에 대해 나 이상으로 꿰뚫고 평가해주면 그것이 나를 발전시키는 자양분이 되는 것이지요."



"모든 동료들이 나의 적입니다. 한 팀원이 '당신은 A, D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B, C는 잘 하는데'라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칩시다. 그런 의견이 여러 사람에게서 나오면 객관적인 자료가 됩니다. 그렇다면 나는 극복을 해야 합니다. 나 자신도 내 능력의 문제점을 선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한국의 기업에선 이러기 쉽지 않다. '못하고 있는 것을 못한다'라고 하면 도리어 못한다고 지적한 내가 미안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지적만 쌓이고 발전은 없는 상태가 지속되면 조직이 위험해진다. 그러다 보니, 지적한 뒤에는 발전을 위한 세미나나 책을 추천하지만, 이것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엔 어떻게 수용하고 긍정적인 효과로 연결시키는가 하는 태도의 문제이거나 기업 문화의 문제다. 

 


"여기서 경쟁이라는 것은 서로 밟고 억누르는, 그런 경쟁이 아닙니다. 순수하게 나의 능력을 키우는 것을 말하죠. 경쟁이라는 것이 다른 사람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아질 수 있는, 내가 나의 단점을 극복하고 발전해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10명이 함께 일할 때, 그 중에 특출 나게 리더십을 보이는 친구가 있다면, 동료들로부터 피드백을 잘 받을 것이고, 그는 리더의 역할을 맡게 됩니다. 그가 리더가 되었을 때 동료들은 아무도 반감을 가질 수 없지요. 설령 더 늦게 들어왔고, 더 어려도 말이죠. 왜냐하면 자기들이 그를 그렇게 리더로 만든 것이니까요. 매일매일 매 프로젝트가 그렇게 서로에 대한 피드백에 의해 진행됩니다. 그러니 합리적인 협업이 가능하지요." 



이 기사의 내용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평가가 있으면 이에 따르는 보상과 불협화음이 있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인사 평가 제도 무용론까지 등장하고 있는 마당에, '360도 성과 평가'는 오래된 방식 중의 하나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어떤 업무를 잘하고 어떤 업무는 못한다'라고 정확하게 말해주고(술자리에서 그런 말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이를 들은 이는 이 조언을 받아들여 모자라는 업무 역량을 끌어올리던가(주위에서 이를 도와주고), 아니면 잘하는 사람에게 해당 업무는 넘기는 식의 기업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참 어려운 고민이긴 하지만.  






덧글. 

해가 갈수록 '정보 과잉'은 심각해지고 있다.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다. 동시에 내가 습득하고 정리해야 될 정보도 기학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되도록이면 이 블로그가 잡다한 자료 창고가 되지 않고 깔끔한 리뷰나 정리된 생각을 담는 곳이 되었으면 바라는데, 쉽지 않을 듯 싶다. 나에겐 블로그가 정보를 축적하고 정리하며 나중에 다시 찾아볼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도구인 탓에. 이런 기사 인용 포스팅을 되도록이면 자제하고 싶은 마음에 이 문장들을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