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존재의 심리학, 아브라함 H.매슬로

지하련 2015. 3. 6. 12:49


존재의 심리학

아브라함 H. 매슬로(지음), 정태연/노현정(옮김), 문예출판사 




아브라함 H. 매슬로(Abraham Harold Maslow)는 너무 유명하다.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 그의 책을 읽은 사람? ... 없다. (그러면서 다들 아는 척 세미나 발표할 때마다 매슬로의 5단계 도표를 들고 나오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그들이 아는 건 뭘까? 이런 사람들이 승승장구하는 것도 이상하다.) 그래서 읽었다. 그리고 실망했다. 


그가 유명하게 된 건 모든 마케팅 교과서에 욕구 5단계 이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아래 도표와 같다. 


출처: 위키피디아 




하지만 이것이 실제 마케팅 전략을 세울 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 또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거나 실행할 때, 매슬로를 떠올린 적은 없다. 이 무슨 괴상한 일인가. 


이 책은 매슬로의 논문들을 모아 출간한 것이다. 그의 심리학을 알기에 충분하지만, 종종 단편적이고 신비주의적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또한 철학적이고 종교적이다. 즉 임상심리학과는 거리가 있다. 그렇다면 왜 이 책을? 


신비적이고 철학적이며 종교적인 영감을 얻기 위해선 이 책이 아니라 신비주의자들의 책이나 철학책, 종교학 책이 더 적절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 싶다면 편집자 서문만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결핍동기의 영향을 받아하는 활동은 흐릿한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는 것과 같고, 이러한 결핍동기의 효과를 제거하는 것은 흐릿한 렌즈를 선명한 렌즈로 바꾸는 것과 같다. 따라서 기본적인 결핍 동기를 안정적으로 충족시킨 사람은 이 세상을, 즉 모든 측면에서 실체를 더욱 선명하게 볼 것이다. 이러한 사람은 결핍을 충족시키기 위해 더는 현실에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더는 결핍으로 생긴 두려움과 의심으로부터 영향 받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더욱 수용적인 방식으로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과 상호 작용할 것이고 세상을 더욱 사랑하고 (... ...) 자기 실현의 핵심적 부분이며, 인간 생애를 통해 완전히 다른 종류의 동기 출현하는 지점이다. (15쪽) 


매슬로는 결핍동기와 성장동기를 대립시켜면서 자기 실현하는 사람들의 성장동기를 부각시킨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이처럼 피할 수 없는 결핍 동기의 잔재들이 짧은 순간일지라도 사라져서, 현실을 가능하면 최대한 명료하고 직접적으로 지각할 수 있는 때가 있다. 이 때는 잠시나마 그 사람이 최고의 절정 단계에 올라와서, 그곳에서 '황홀감, 경이로움과 경외감'으로 '끝없는 수평선'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매슬로는 이러한 경험을 '신비적 체험'이라고 명명했다. (30쪽) 



절정경험 상태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모든 능력을 최상의 상태에서 최대한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자신이 최고의 권능 상태에 있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 (236쪽) 



매슬로는 인간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자기 실현을 위한 다양한 학설들을 제시한다. 하지만 과학적이진 않다. 


매슬로의 세 가지 주요심리적 개념 - 1)동기의 위계적 구조 2)자기 실현 3)절정 경험 - 가운데 단지 첫번째 개념만이 주류 심리학에 수용되었다. (44쪽) 



왜 수용되지 않았는가를 알기 위해서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또한 동기의 위계적 구조는 그냥 보면 아는 것이고 저 위계 구조로 되어 있다가 보다는 어떤 동기가 선행하고 어떤 동기는 후행한다는 것 정도로 만족하면 될 것이다. 가령 어떤 이는 배고픔을 잘 참지만, 어떤 이는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것처럼. 


매슬로의 주저는 <동기와 성격Motivation and Personality>로 알려져 있으나, 번역본은 나오자마자 바로 절판되었다. <존재의 심리학>을 읽기 시작했을 땐, <동기와 성격>도 구해 읽을 생각이었으나, 지금은 싹 사라졌다. 




존재의 심리학 - 6점
아브라함 H. 매슬로 지음, 정태연.노현정 옮김/문예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