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메시Messy, 팀 하포드

지하련 2017. 8. 25. 12:45


메시Messy - 혼돈에서 탄생하는 극적인 결과

팀 하포드(지음), 윤영삼(옮김), 위즈덤하우스 



이 책은 확실히 기존 통념을 깨뜨린다. Messy라는 제목 그대로, 무질서와 혼돈으로 뛰어들어라고 주장한다. 이를 찬양하며 '창조성'의 근원이라고 주장한다. 부수고 깨뜨리며 그냥 저지르라고 말한다. 깨진 유리창(Broken Window) 법칙에 의문을 제기하며 ADHD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더 창의적이며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확실하지 않다고 말한다. 


엘 고어의 사무실 풍경 


이 책을 읽은 후, 우리는 비로소 엘 고어의 지저분한, 혹은 혼란스럽고 어수선한 책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것도 일종의 정리방식이라는 걸. 그냥 쌓아두는 것. 시간이 지나면서 자주 보게 되는 서류들은 위로 올라오고 거의 보지 않는 것은 아래로 내려가는 것. 쌓여있는 서류들 위로 그 곳의 주인만이 아는 질서가 부여되어 있음을. 도리어 인덱스를 붙이고 서류를 봉투나 상자에 담는 식의 정리방식이 얼마나 우리를 힘들게 하는가를 팀 하포드는 강조한다. 이 책에서 정리정돈, 깔끔함, 정량적인 규칙은 버려야할 적이 된다. 


노스웨일즈 랜드는 그 자체로 무질서한 공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나무가 몇 그루 서 있고, 땅에는 온갖 쓰레기들이 널려 있고 잡초가 무성하다. 물이 차 있는 도랑이 놀이터 한가운데를 지나간다. 바닥에는 거대한 드럼통이 누워 있고 그 옆에는 페타이어가 세 개가 쌓여있다. 보조바퀴를 단 고장 난 자전거가 쓰러져 있고, 뒤집어진 의자, 산업용 케이블을 감는 데 쓰는 나무로 된 거대한 굴대, 정체를 알 수 없는 쓰레기들로 채워진 타이어들이 널부러져 있다. 

(...) 이 곳이 놀이터라는 표지판도 없다. 형형색색의 밝은 색깔의 반짝이는 미끄럼틀도 없고 고무로 된 부드러운 배트도 없다. 

(...) 불은 톱, 못, 밧줄 그네만큼 이곳에서 흔한 장난감이다. 이곳에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랜드에는 어른이 없으며 어른은 거의 간섭하지 않는다. 열 살짜리 소년이 거침없이 두꺼운 골판지를 톱으로 자른다. 장갑도 끼지 않았다. 

(...) 하지만 연구결과, 이처럼 위험해 보이는 놀이들이 몇 가지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더 재미있고 더 많은 사교적인 기술을 배우도록 하며, 공격성을 줄이고, 부상 당할 확률도 줄인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조심스러웠다. 아직 신뢰할 수 있는 연구가 많지 않기 때문에 확고하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아이들이 서툴게 톱질을 하고 불장난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전문가들이 세심하게 디자인한 공간 못지 않게 안전하다는 것이다. 

(64 - 66 부분 인용)   



사진 출처: https://frontporchne.com/article/putting-play-back-playground/ 


아이들의 놀이터가 이렇다니! 부모의 눈에 이 곳은 위험천만한 곳이다. 하지만 이 곳이 더 안전하며 아이들의 성장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팀은 말한다. 대형 여객기의 자동항법장치로 인해 조종사의 기량이 떨어지고 더 항공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말한다. 


이 책에 언급되는 사례들과 이론들, 연구들 하나하나 우리의 통념을 뒤흔들어 놓는다. 심지어 롬멜의 성공방정식은 그냥 혼돈 속으로 뛰어든 것이라고. 그래서 적들의 예상을 깨뜨리고 스스로 혼란을 불러일으켜 승리했다고. 


그의 초기 비나르빌 전투에서도 볼 수 있듯이 롬멜은 상대방을 혼란에 빠뜨리는 전술의 제왕이었다. 그는 혼란스러운 상황일수록 기회를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한마디로 그의 전략은 전장에서 더 많은 혼란을 초래해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재빠른 기동과 독자적인 과감한 작전은 일종의 피드백 루프를 만들어낸다. 적이 혼란 상태에 빠지면 이는 예상치 못한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 롬멜은 그 기회를 잡아 더 큰 혼란을 만들어내고 더 큰 기회를 잡는다.

이것이 혼돈 전략이다. 예측할 수 없는 맹렬하고 빠른 움직임은 상대방이 보기에 너무나 당황스럽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163쪽) 


질서정연함은 도리어 우리의 몰락을 일으킨다고 말한다. 


"벡만이 노르웨이산 가문비 나무 인공림을 조성한 뒤, 처음 몇 해는 수익성이 좋았다. 가문비 나무 '순림純林' 1세대는 매우 잘 자랐다. 하지만 2세대로 넘어가면서 놀랍게도 퇴행하는 징표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폴록만, <<독일연방공화국 산림관리학>> 중에서 (329쪽에서 재인용)


이 책에서 언급되는 키스 자렛의 <<퀼른 콘서트>>, 마일즈 데이비스의 <<카인드 오브 블루>>, 데이빗 보위와 브라이언 이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놀라운 감동을 선사한다. 





메시 Messy - 10점
팀 하포드 지음, 윤영삼 옮김/위즈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