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파아란 영혼



오스네 사이에르스타드의 <<카불의 책장수>>(권민정 옮김, 아름드리미디어, 2005년)은 책 제목과 달리 아프카니스탄에서의 일상이 얼마나 참혹한가를 보여준다. 그 참혹함 속에서 평온한 일상이 이어지지만, (다들 잘 알다시피) 여성의 삶은 더 참혹해서 자연스럽게 이슬람에 대한 미움 같은 감정이 싹튼다. 그들(일부 이슬람 국가들과 대부분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어리석음, 종교와 경전에 대한 (무자비한) 축어적 해석과 현실적 상황을 무시한 (강압적/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를 통한) 적용이 책 곳곳에서 드러난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이슬람 여성에 대한 여러 풍문을 들은 바 있다. 야한 속옷이 잘 팔리며 부르카 밑으로 진한 화장을 하고 집 안에서는 화려한 옷을 입는다고. 이러한 풍문은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선입견을 조장하고 이슬람 여성의 시대착오적 삶의 형태에 대해선 무관심하게 만든다. 


실은 그 풍문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들에겐 심각할 정도로 자유가 없음을 알았다. 심지어 친어머니의 명령으로 오빠들에 의해 여동생을 죽이는 명예살인 이야기까지. 결혼은 자신의 의사가 아닌 집안의 결정으로 이루어지며 결혼 후의 개인 생활이란 일체 없다. 더구나 남편이 두 번째 부인을 가지겠다고 하면, 싫어도 어쩔 수 없으며(심지어 남편을 싫어할 경우엔 두 번째 부인이 오는 걸 반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여성들 간의 또다른 일상이 펼쳐진다.  


사이드 바호딘 마지로흐(Sayd Bahodine Majrouh, 1928 - 1988)은 작가이자 정치가로 몽펠리에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몽펠리에 대학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고향 아프가니스칸 카불로 돌아갔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들 중 하나인 카불로. 그리고 그가 정치적, 종교적 이유로 살해당한 후 나온 시집이 <<자살과 노래 Le suicide et le chant, Poesis populaire' des femmes pashtounes>>(갈리마르, 1988)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아프가니스탄의 파슈툰 부족 여인들의 구전되거나 창작된 노래들(혹은 시들)을 모은 것으로, <<카불의 책장수>>에는 그 일부만 실렸다. 그런데 그 일부만으로 그 표현들이 의미심장했고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영역본 제목: Songs of Love and War: Afghan Women's Poetry) 


그래서 아래 그 일부들을 옮겨놓는다. 영역본 시집을 구하는대로 다시 한 번 옮겨볼 생각이다. 그리고 이슬람 문화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성찰을 구할 수 있도록 해야 겠다. 




Sayd Bahodine Majrouh 







잔인한 사람들, 당신들도 보이죠.

내 침대로 다가오는 저 늙은이가.

그러면서 내게 왜 우냐고, 왜 머리를 쥐어뜯느냐고 묻는군요.


오, 신이시여, 당신은 제게 또다시 질흑 같은 밤을 주시고

전 또다시 온몸을 부들부들 떱니다.

증오하는 저 침실로 가야만 하니까요.




* *




손을 주세요, 사랑하는 이여, 그리고 우리 함께 초원에 숨어요.

사랑하거나 칼 아래 쓰러지거나 둘 중 하나.


난 강으로 뛰어들죠, 하지만 강물은 날 데려가지 않아요.

내 남편은 운도 좋지요, 강물이 늘 나를 강둑으로 밀어내니.


내일 아침 난 당신 때문에 죽을 거예요.

날 사랑하지 않았다는 말일랑은 부디 마세요. 




* *



장미처럼 아름다웠던 나,

당신 밑에서 오렌지처럼 노랗게 시들어갔네.


난 고통이라곤 몰랐지.

그래서 곧게 자랐지, 전나무처럼. 




*  *




그대 입술로 내 입술을 덮어줘요.

사랑의 말을 속삭일 수 있도록 혀는 놔두고,


어서 날 안아줘요!

그리곤 벨벳 같은 내 허벅지에 휘감겨봐요.


내 입술은 그대의 것, 맛봐요, 겁먹지 말고!

설탕이 아니니, 녹아 없어지지 않는답니다.


그대, 내 입술을 가져요. 

그런데 자극은 왜 하나요, 난 이미 젖었는걸요.


한순간 그대를 쳐다보는 것만으로 

난 그대를 재로 만들 수 있어요. 



    

불어 원서와 영역본







Comment +0

2017년, 책 읽기의 기억

2017년, 책 읽기의 기억 1. 책 읽는 병든, 그러나 고귀한 우리들 책을 읽는 여인(안지오의 소녀) 이탈리아 안지오Anzio에서 나온 그리스 조각 복제본(대리석)으로 기원.....

보들레르의 수첩, 보들레르

보들레르의 수첩 샤를 보들레르(지음), 이건수(옮김), 문학과지성사, 2011년 1846년 산문과 1863년 산문이 함께 실려있고 죽은 후 나온 수첩까지 실린 이 책은 기억해.....

경쟁 우위의 종말The End of Competitive Advantage, 리타 맥그레이스

경쟁 우위의 종말 The End of Competitive Advantage 리타 군터 맥그레이스(지음), 정선양, 김경희(옮김), 경문사 "소니는 스스로 경쟁우위의 함정에.....

단테:세속을 노래한 시인, 에리히 아우어바흐

단테 - 세속을 노래한 시인 에리히 아우어바흐(Erich Auerbach) 지음, 이종인 옮김, 연암서가 좋은 책이다. 간결한 문장으로 핵심을 찌른다. 이종인 선생의 번역도 .....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지음), 강주헌(옮김), 아르테, 2015 누구나 자신의 관습에 속하지 않은 것을 야만적인 것.....

요즘 근황과 스트라다 로스터스 STRADA ROASTERS

안경을 바꿔야 할 시기가 지났다. 나를, 우리를 번거롭게 하는 모든 것들은 우리의 예상보다 빨리 도착해 신경쓰이게 한다. 글자가 흐릿해지는 만큼 새 책이 쌓이고 잠이 줄어드는 .....

반듯이 누워

반듯이 누워 밑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얇게 흔들리는 콘크리트 건물의 건조함에 묻혀 아주 짧게 내 삶을 되새기며 슬퍼한다. 이름 모를 바람이 들어와 잠시 내 몸 위에 살짝 앉았다.....

촘스키, 끝없는 도전, 로버트 바스키

촘스키, 끝없는 도전 로버트 바스키(지음), 장영준(옮김), 그린비 노엄 촘스키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지만, 그의 언어학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할 것이다. 대체로 우리에게 .....

헤밍웨이의 말, 헤밍웨이

헤밍웨이의 말 헤밍웨이(지음), 권진아(옮김), 마음산책 헤밍웨이가 너무 유명했던 탓에, 내가 그를 읽은 건 고등학생 때였다. 이것이 세계문학전집의 폐해다. 헤밍웨이의 소설들.....

지식인의 표상, 에드워드 사이드
지식인의 표상, 에드워드 사이드
유현경, <은주>
비 오는 날
데이비드 밴 David Vann 인터뷰 중에서 (Axt 2017. 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