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생각의 한계, 로버트 버튼

지하련 2018. 4. 14. 10:05



생각의 한계 On Being Certain 

로버트 버튼(지음), 김미선(옮김), 더좋은책 




사고는 항상 더 어둡고, 더 공허하고, 더 단순한 우리 감각의 그림자이다. 

- 니체 



책을 읽으면서 노트를 하고 노트된 것을 한 번 되집은 후 책 리뷰를 쓰면 좋은데, 이 책 <<생각의 한계>>는 완독한 지 몇 달이 지났고 노트를 거의 하지 못했으며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읽은 탓에 정리하기 쉽지 않았다. 특히 종교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땐 꽤 흥분하면서 읽었는데, 기억나지 않는다. 하긴 로버트 버튼도 우리의 기억이 변화하고 조작된다는 사실을 이 책 초반에 언급하고 있긴 하지만. 


이 책의 주제는 명확하다. 우리가 안다라고 할 때, 그것은 감각적인, 일종의 느낌일 뿐이지, 흔히 말하는 바 논리적인 것이거나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느낌feeling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편의상 나는 거의 동류에 속하는 확신certainty, 옳음rightness, 신념conviction, 맞음correctness의 느낌들을 한 덩어리로 모아 '안다는 느낌feeling of knowing'이라는 용어로 부르기로 했다. (19쪽) 


도대체 우리가 안다고 할 때 아는 건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는 알아서 어떤 행동을 할까? 논리적 추론이라든가, 분석, 혹은 이성적 행동이라는 것은 존재할까?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일컬어 지는 사고나 행동도 실은 시시각각 변하는 감각적 경험에 의한, 일종의 경향일 뿐임을 알게 된다. 


프로야구 투수들이 던지는 공의 속도는 시속 130에서 160킬로미터에 달한다. 공이 떠나는 순간부터 본루를 지나는 순간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0.380에서 0.460밀리초이다. 공이 떠나는 상이 망막에 도달하는 순간부터 스윙이 시작하는 순간까지 최소 반응 시간은 대략 200밀리초이다. 스윙에는 160에서 190밀리초가 더 걸린다. 반응시간과 스윙시간을 합친 시간은 대략 속구가 마운드를 떠나 본루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과 맞먹는다.(107쪽)


생각할 틈이 없다. 그냥 무턱대로 야구배트를 휘두르는 거다. 일종의 본능적이거나 감각적인 것이다. 


저자 로버트 버튼은 다양한 관점에서, 많은 이들의 견해들을 인용하면서 상당히 설득력 있게 우리가 안다고 할 때의 그 한계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출간된 후 상당한 주목을 받았던 이 책은 우리의 믿음이나 확신, 소위 '이성'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한 맹신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말한다. 


이성은 전통적으로 대개 생각하듯이 몸에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뇌, 몸, 그리고 신체적 경험의 본질에서 일어난다. ... ... 우리로 하여금 지각하고 돌아다닐 수 있게 해주는 것과 똑같은 신경 기제와 인지 기제들이 우리의 개념 체계와 이성의 양식들도 만들어낸다. 이성을 이해하려면, 우리의 시각계, 운동계, 그리고 신경결합에 바탕이 되는 일반적 기제들의 세부사항을 이해해야 한다. 이성은 우주의, 또는 신체에서 분리된 마음의 초월적 특성이 아니다. 그것은 결정적으로 우리 인체의 특색에 의해 우리 뇌가 가진 신경 구조의 놀라운 세부 사항들에 의해, 우리가 세계 속에서 날마다 하는 특정한 움직임에 의해 형성된다. 

몸에서 분리된 사고는 생리학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신체적, 정신적 감각과 지각에서 자유로운, 순수하게 이성적인 마음도 마찬가지다. 

- 조지 라코프George Lakoff, 마크 존슨Mark Johnson, <<실물로 본 철학: 체화된 마음과 서구 사상에의 도전 Philosophy in the Flesh: The Embodied Mind and its Challenge to Western Thought>> 중에서 


결국 우리는 매사에 조심해야 된다. 신중해야 하며 끝없는 회의주의적 태도를 견지해야 된다. 그러나 그것이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영역을 전혀 알지 못하기에 그것을 고려한 채 조심스러운 회의주의적 삶을 살아야 된다. 


"나쁜 소식은 우리 자신을 알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제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단숨에 결론까지 도달하는 뇌의 영역인 적응 무의식adaptive unconscious에 직접적으로 접근할 있는 길은 전혀 없다. 우리 인간의 마음이 대부분 의식 밖에서 작동하도록 진화해왔고 ... ... 그러므로 무의식의 정신작용에 직접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대개 우리의 자발적인 행동들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일으키는 것 같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 티모시 윌슨Timothy Wilson, <<나는 내가 낯설다 Strangers to Ourselves>> 중에서 


아마 종교나 신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가 아무리 신앙이나 믿음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지에서 공격하더라도 ... 


"공간과 시간이 경계가 없는 닫힌 곡면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은, 또 우주의 문제에서 차지하는 신의 역할에 대해서도 깊은 관련을 가지게 된다. ... ... 우주에 시작이 있는 한, 우리는 우주의 창조가가 있었다고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에 우주가 실제로 안전히 자급자족하고 경계나 끝이 없는 것이라면, 우주에는 시초도 끝도 없을 것이다. 우주는 그저 존재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창조자가 존재할 자리는 어디일까?" - 스티븐 호킹 (282쪽) 



저자 로버트 버튼의 홈페이지: http://www.rburton.com/






생각의 한계 - 10점
로버트 버튼 지음, 김미선 옮김/더좋은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