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숨은 신을 찾아서, 강유원

지하련 2018. 10. 8. 22:31


숨은 신을 찾아서

강유원(지음), 라티오 



짧고 간결하다. 신에 대한 책이면서 신앙에 대한 책이며 동시에 근대 철학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사도 바울의 신과 고대 그리스의 신을 이야기하고 아우구스티누스와 데카르트를 이야기한다. 근대철학의 관점이 아니라 신앙의 관점에서 파스칼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실은 나도 성당을 다니기 시작했고 세례를 받았으며 신앙을 편안하게 받아들였다. 도리어 편안하게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나에게 놀라웠다. 


마르크스와 프로이트가 이미 종교를 부정하였고 이젠 신앙은 중세의 유적처럼 변해버린 이 시대, 현대의 회의론자들은 끊임없이 신과 신앙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할 때, 이 책은 놀라운 성찰을 보여준다. 


데카르트가 신의 관념을 두고 신의 현존을 증명해내는 것은 바로 이러한 겸손함, 경건함이다. 그런 까닭에 이 현존 증명은 인간의 유한함에 대한, 인간의 하찮음에 대한, 인간의 허약함에 대한 강력한 확신에 의존한다. 인간의 유한함과 하찮음과 나약함을 강조하면 할수록 이 증명의 위력은 커진다. - 136쪽 


신앙은 전적으로 개인에게 국한된 문제다. 그러므로 신앙은 자기를 비춘다. 자기 속의 신을 찾아낸다. 세상은 신비롭고 우리는 그 신비 속에 있다. 


작년에 한 번 읽고 올해 한 번 더 읽었다. 뒤늦은 리뷰이지만, 이 책은 참 좋다. 



숨은 신을 찾아서 - 10점
강유원 지음/라티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