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로베르 콩바스 展

지하련 2007. 3. 20. 00:45


로베르 콩바스 展
Robert Combas : Savoir-Faire

2006.12.20 ~ 2007.2.11
서울시립미술관



과한 절제와 억누름이 성스러운 금욕이 되거나 자본주의 사회의 바람직한 모습이 되어버린 걸까. 아니면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일까. 과격한 색의 자유와 흐트러진 선들, 어린 아이와 같은 유치함 속에서 화려한 봄날같은 인생을 노래하기엔 우리는 너무 문명화되고 철이 든 것일까.


로베르 콩바스의 작품 앞에 선 우리들은 재미있어 하지만, 갈 수 없는 유치함의 세계 속으로 쉽게 동화되지는 못한다. 결국 작품 바깥만을 겉돌다 전시장 밖으로 나가고 로베르 콩바스의 유치함을, 자유롭고 과격한 선의 예술을, 심지어는 자신이 미술관에 갔다는 사실 조차 잊어버린 채 무모한 일상을 견뎌낸다.


이럴 바엔 차라리 모르는 척, 못 본 척, 태어날 때부터 자본주의적이었고 철이 든 상태였고 금욕적이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편이 좋지 않을까. 그 점에서 도슨트의 설명은 매우 유용하다. 로베르 콩바스는 뛰어난 팝아티스트이고 우리는 그저 관람객일 뿐이니깐. 그는 예술가이고 우리는 일반인일 뿐이니깐.


다 같이 즐겁게 놀고 싶은 로베르 콩바스의 시도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의 위치지우기 - 예술과 예술가를 관람객으로부터 멀리 위치시켜 놓음으로서 예술(가)의 스타성, 상품가치를 높이는 방식 앞에서 실패하고 말 것이다. 어쩌면 그는 그 실패를 적절히 예상하고, 도리어 그 실패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팝아트가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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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세이유 공연, 캔버스에 아크릴릭, 2005년도 작품, 300×300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