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비오는 토요일의 근황, 단상, 잡담

지하련 2020. 5. 9. 13:32


2019년 봄부터 2020년 2월까지 일 외에 다른 것에 신경쓸 틈이 없었다. 10억원이 넘어가는 프로젝트의 PM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Agile 방법론으로 다수의 소규모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시켜야하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책 읽기나 글 쓰기가 예전만 못했다. 다행(?)히 다시 연장된 프로젝트에 괜찮은 멤버들도 다시 셋팅할 수 있었기 망정이지, 계속 그 생활이 이어질 뻔했다. 

그 프로젝트가 끝나고  다시 IT 영업과 컨설팅, 제안서 작성과 발표의 업무로 돌아왔지만, 역시 이 업무들도 만만치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이도 들고 대단한 미래가 보장되는 일상을 누리는 것도 아닌 탓에, 이런저런 준비도 같이 병행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코로나 시대, 외출이 부자연스러운 지금, 간만에 내리는 비소리를 들으며 추억에 잠겨본다. 

신승훈 1집을 들으니, 고등학교 동기들이 살짝 그리워진다. 뭐하면서 살고 있으려나. 

고향에 있는 녀석들은 서로 연락들을 하면 지낼텐데. 

대학 때 서울에도 상당히 많이 올라왔지만, 군대 갔다 오면서 다들 연락이 뜸해지고 이젠 끊어졌다.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단상들을 블로그에 옮겨놓는다. 

단편적인 것들이라 정리가 필요한데, 이마저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되었다. 

개인적인 시간을 거의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책읽기와 글쓰기에 투자할 수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시간 말이다. 


마스크를 둘러싼 문제는 확연히 서양과 동양을 나누고 있다. 이는 공공의 이익, 혹은 공동체를 먼저 생각할 것인가, 아니면 개인의 자유 - 마스크를 거부할 권리 - 를 우선시할 것인가의 문제다. 서양의 여러 나라들 -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 은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서구 민주주의가 움직여 왔다면, 동양의 일부 나라들은 이 서구 민주주의 모델을 지향하면서 움직이는 와중에 코로나19가 터진 셈이다. 그래서 개인의 자유라든가, 프라이버시 문제가 화두가 되기도 하며, 공공의 이익이라는 단어가 아니라 더 노골적으로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 정보나 자유를 희생하는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국민을 통제하여 코로나19를 막았다고 비난한다.

상당히 흥미로운 것은 서구 선진국이 지향해왔던 여러 모델들이 이번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는 점이다. 무분별한 허용되고 지향되었던 개인의 자유는 코로나19를 확산시키고 전염시키는 무책임한 방종이 되었으며 죽지 않아도 될 이들-특히 약자들-의 생명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점. 전문가의 경고를 무시하고 (정치적)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고려하는 리더십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깃발 아래 Offshoring이라든가 다양한 형태의 기업들의 협업이나 분업으로 재편되었던 구조가 이번에 위기를 맡게 되었다는 점 등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다시 고민하게 만들었다. 

- 5월 8일 



회사 생활을 할 때도 중요한 일이 있을 때면 며칠, 몇 달을 거의 매일 철야를 하면서 업무를 처리하는데, 심지어 몸이 말을 듣지 않을 때는 병원 가서 주사를 맞아가면서 일하는 직장인들도 있는데, 자신이 맡은 지역의 시민들이 코로나에 걸려 생사가 오가는데, 한 번 쓰러졌다고 며칠 째 쉬고 있는 시장을 보면서(대구 시장의 부재), 그 고장 사람들은 참 배려심도 많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아래 기사를 보면서 암담함을 느낀다. 사전 여론 조사이기는 하나 아래 결과는 다소 황당하기까지 하다.

추정을 하자면 이렇다.

1.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믿는 바를 고치기 어렵다. 그러니 그걸 고치기 위해서는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그들은 어떤 면에서는 어느 정도 수긍하지만, 그건 수긍일 뿐, 자신의 믿는 바를 고치지 않는다. 앞으로도 고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답이 없다?)

2. 지역 - 언론 - 권력의 유착 관계가 너무 심하다. 일종의 지역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다. 마치 6~70년대 서울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쓰면 (권력이나 재산이) 있는 것처럼 보였듯이, 그러한 (권력)이미지에 대한 그리움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최근까지 그러한 (권력의 중심 지역이라는) 경험을 한 바 있으니, 그냥 지금의 분위기가 매우 싫다? '원래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이 기회이니, 다시 되돌리자는 생각으로, 어떻게된 (참 황당하게도 보수라고 주장하는, 내가 볼 때는 무식한 극우에 가까운) 미래통합당 후보를 지지하는 건 아닐까?

3. 결론적으로 과거의 경험, 유산, 지향성을 극복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일종의 매몰비용 같은 것이다. (성공을 구가했던, 하지만 외부에서 보기엔 성공이라고 보기 어려운) 해오던 방식을 버리기 어려운 것이다. 사업도 마찬가지고 일도, 개인 인생도 그렇다. 그래서 저 지역의 일부 사람들은 저렇게 믿고 움직이는 것이다.

* *

요즘은 너무 바빠 이런 생각할 틈도 없다. 책읽기도 뜸해지고 사람들도 만나지 못하니, 차근차근 이런 이야기를 할 기회도 없다. 이런 이야기만 전문적으로 하는 술 모임이나 하나 만들면 좋을 것같기도 하다. 예전엔 내가 가졌던 술자리에서 다 이런 이야기만 했는데... 허, 참, ...

-4월 1일 


언론은 사건 사고를 먹고 산다. 굶주린 언론은 작은 사건도 크게 부풀리며 경미한 사고도 심각한 사고인양 부각한다. 더 나아가 말초적이며 표피적인 표현에만 신경 쓸 뿐, 그 사건 사고의 깊은 분석이나 재발 방지책, 더 나아가 이 사회와 국가에 대한 진심 어린 배려나 걱정, 대안 제시나 비판적 실천에 대해선 그 어떤 역할도 수행하지 못한다. 도리어 잘못된 보도로 혼란을 초래하고 사회적 정치적 갈등만을 조장한다. 이것이 지금 한국 언론의 실체다. 끔찍하다.

-3월 2일 


제대로 된 사람 관리와 옳은 의사결정 만으로 대부분의 사업은 성공할 수 있다.

(사람을 대하는 내 행태를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이젠 조금 알겠지만, 아직 옳은 의사결정은 미지의 영역임으로 아직 내가 할 순 없을 것같고..... 어디... 어디... )

-2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