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스트레스의 극복

지하련 2020. 7. 20. 23:51


각자 나름대로의 스트레스 극복 방법이 있다. 나도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 간단하게 적어본다. 


1. 스트레스를 받는 일/공간/시간을 벗어나자. 하지만 이제, 이것은 불가능하다. 대체로 밥벌이와 관련되거나 어쩌지 못하는 인간 관계, 또는 불가항력적 상황일 경우가 더 많아졌다. 예전엔 아예 그냥 잠수를 타기도 했지만, 이젠 그럴 시기도 아니다. 


2. 술을 마신다. 그냥 소주를 마셔선 안 된다. 조용하고 아늑한 바에서의 몰트 위스키 한 잔이거나 좋아하는 와인을 좋은 음식과 먹는 것. 살짝 사치스러워야 한다.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수준의. 예전에 자주 가는 단골 술집에서 음악 틀어놓고 마시길 좋아했으나, 이젠 그 단골 술집도 문을 닫았고, 음악을 들으며 마시다 보면 내일이 사라지다 보니, ... 


3. 예전 나는 책을 사거나 음반을 샀다. 하지만 음반 가게를 간 적은 상당히 오래 되었고(그많던 음반가게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인가!), 오프라인 서점도 아주 가끔 가고 있으니, 이젠 드문 일이 되었다. 그래도 가끔 하거나 온라인으로라도 주문한다. 그나마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4.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다. 


5. 좋아하는 소설의 문장이나 사랑하는 시집을 소리내어 읽는다. 


혼자 2번, 4번, 5번을 동시에 감행한다. 최근의 방법이다. 그리고, 결국. 





지난 금요일 밤, 마트에서 와인 한 병 사와 마시면서 음악을 들었다. 상당히 오래된 소일거리였으나, 최근 몇 년 동 거의 꺼내본 적 없는 레코드판을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들었다. 들으면서 새삼스럽게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의 각본이 샘 쉐퍼드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아, 저 때의 나스타샤 킨스키 정말 매력적이었는데. 


이장희와 캣 스티븐, 엘비스 프레스리와 산타나, 존 레논, 아하, 그리고 ELO... 와인을 마시며 음악을 들으며 흔들거리다 보니, 자연스레 토요일 새벽이 되었다. 


음악을 들으며, 왜 사는 걸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늘 그렇듯 답은 없다. 다만 술에 살짝 취해 음악을 듣는 동안은 그런 답없음을 잊을 수 있었다. 다시 다음 날 내내 떠오르는 질문이긴 했으나, 잠깐 동안의 위안으로도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