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어느 여름, 작은 새와의 만남

지하련 2020. 7. 30. 18:15


손에 스타벅스 에스프레소 더블샷 캔커피와 땅콩크림빵을 들고 프로젝트 사무실로 가려고 하였으나, 빌딩 보안요원이 "선생님, 빵은 지퍼백에 넣어서 오셔야만 출입이 가능합니다"라고 나를 막았다. 선생님이라 ~ ... 그제서야 며칠 전 프로젝트 멤버가 김밥을 사오면서 지퍼백도 함께 사온 이유를 알게 되었다. 


다시 발길을 돌려 편의점으로 향했다. 흐린 하늘은 물기 가득한 무거운 표정으로 여의도 빌딩들 너머 배경을 채우고 있었다. 편의점 앞에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가득했고 나는 그 옆 테이블 앞에 서서 빵을 꺼내 스트레스 찌든 입으로 서걱, 빵을 잘라 먹기 시작했다. 


아침을 채우던 여름 비는 그쳤으나, 아직 거리를 젖어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빵을 먹고 있는 사내의 테이블 바로 앞, 회색빛 콘크리트로 된 낮은 담장이 있었고, 그 위로 비에 젖은 작은 새 한 마리가 날라와 앉았다. 그리고 이리저리 깡총깡총 움직이며 빵을 먹고 있던 날 쳐다본다. 아니면 쳐다본다고 나는 생각한다. 비에 젖은 참새라니... 채 50센티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마주 보고 있는, 피곤에 잠긴 인간 한 명과 비에 젖은 조류 한 마리. 


먹고 있던 빵 끝을 작게 뜯어 담장 위에 올려놓았다. 그 순간 담장를 딛고 건너편 빌딩 흡연 공간으로 넘어가는 한 남자. 작은 새는 놀라 하늘로 날아오른다. 나는 멀리 날아갔는가 싶어 주위를 돌아보았다. 바로 옆 나무 가지로 날아올라간 새는 잠시 다시 원래 있던 자리 옆으로 내려와 앉았다. 아까 전보다는 더 멀리, 1미터 정도쯤 되는 거리를 사이에 두고. 나는 뜯어놓은 빵 조각을 젖은 새 가까이로 옮겨놓았다. 그리고 잠시 후 새는 그 빵을 한 두번 쪼아 맛을 확인하더니, 빵 조각을 물고 바로 옆 나무 밑으로 날아가 앉아 빵을 먹기 시작했다. 


잠시 커피 캔을 열어 마시는 사이, 내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린 사이, 그 새는 자신의 둥지로 날아간 것인지 보이지 않았다. 빵 조각과 함께. 


신기한 경험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그 새에겐 가끔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서로 도우며 살아야 된다. 인간과 인간 뿐만 아니라 인간을 넘어서 인간과 자연까지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를 너무 자주 만나는 우리들은 쉽게 지치고 빨리 늙어간다. 지금, 그런 시절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지금, 나는, 우리는. 


그렇게 힘든 여름이 지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