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불협화음과 문학

지하련 2020. 9. 1. 00:41




프랑코 모레티Franco Moretti의 <<근대의 서사시Modern Epic>>(조형준 옮김, 새물결)을 읽다가 '불협화음'에 대한 인용들이 있어서 메모해둔다. 



불협화음은 하나의 음조가 다른 음조로 넘어갈 때 중간에 끼어드는 음들을 통해 최초로 나타나는데, 나는 그러한 옮아감은 포르타멘토, 즉 도약을 부드럽게 하려는 욕망, 도약음들을 아름다운 선율로 결합시키려는 욕망에서, 이 경우에는 음계의 음정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욕망이 다른 욕망, 즉 좀더 불협화음을 이루는 배음(倍音)들도 함께 이용하려는 욕망과 일치하는 것은 아마 운이 좋은 경우라 할 수 있는데, 그러한 역사적 진화가 정말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 쇤베르크, <<화성이론The Theory of Harmony>> 중에서 



(바그너의 음악에서) 모든 에너지는 불협화음 쪽에 모아진다. 이에 비해 개별적인 (음악에서 불협화음에서 협화음으로 옮기는) 해결들은 점점 더 초라해진다. (...) 긴장은 거대한 신용 체계에서처럼 부정의 부정, 즉 모든 불협화음에 의해 요구되는 부채의 완전한 청산이 무한대로 연기되도록 함으로써 절대적 원칙이 된다. (...) 독특한 화음은 (...) 채 충족시키지 못한 데 따르는 마음속의 사무치는 고통과 함께 이러한 긴장이 주는 즐거움을 동시에 이야기한다. 그래서 달콤하기도 하고 필연적이기도 하다. - 아도르노, <<바그너를 찾아서 In Search of Wagner>> 중에서 



모든 문학적 데카당스의 특징은 무엇인가? 삶이 더이상 전체에 깃들어 있지 않는 것이다. 말이 우세하며 문장으로부터 튀어오르고, 문장들은 너무 멀리까지 내달려 페이지의 의미를 모호하게 만들며, 페이지는 전체를 희생한 대가로 생명을 얻는다. - 전체는 더이상 전체가 아니다. (...) 항상 많은 원자로 이루어진 무질서와 의지의 일탈이 나타난다. (...) 모든 곳에 마비, 고통, 무기력 또는 적대감과 카오스가 만연한다. (...) 만약 (바그너를) 찬양하고 싶다면 그가 어떻게 작업하는지를 보라. 그가 어떻게 분리해서 작은 단위들에 도달하는지, 어떻게 그것들에 생명을 불어넣는지, 어떻게 그것들을 크게 확대해서 아주 잘 보이도록 만드는지 보라. 하지만 그렇게 하는 가운데 그의 힘은 소진되고 만다.....  - 니체, <<바그너의 경우>> 중에서 


현대 예술의 특징들 중 하나가 '불협화음에 대한 관심 또는 활용'이 될 수 있다. 위 인용들은 그러한 측면을 잘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