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예술

그림 읽어주는 여자, 한젬마

지하련 2006. 3. 21. 11:32

그림 읽어주는 여자 - 6점
한젬마 지음/명진출판사


한젬마(지음), <<그림 읽어주는 여자>>, 명진출판, 1판52쇄.



블로그를 하고 난 뒤, ‘요즘 사람들은 미술에 참 관심이 많구나’ 생각했다. 그것이 다른 곳에서 퍼온 것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하지만 내가 직접 서양 미술 관련 책을 내고 문화센터에서 서양미술사 강의를 하고 난 뒤에서야 비로소 미술이나 예술 관련 서적이 거의 팔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사람들이 가지는 관심이 깊이가 있다기 보다는 다소 키치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그림들이 자신의 블로그를 예쁘게 꾸미려는 소박한(?) 목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에 적잖게 실망하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젬마가 쓴 이 책에 대한 내 평가는 단호했다. 그녀는 작위적으로 그림에 대한 글을 쓴다고 생각했으며 제대로 된 미술 감상과 이해를 방해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최근 그녀의 이런 책마저도 의미 있게 보이는 건 우리나라가 그만큼 문화의 수준이랄 것도 없을 정도로 형편없다는 걸 깨닫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 책을 사서 읽으라고 추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그녀의 책이 미술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작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 정도만으로도 그녀의 책은 충분히 제 기능을 할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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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책은 대필이라고 밝혀졌다. 어처구니가 없는 출판계의 현실에,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또한 정직성이 생명인 예술가에게 있어 그녀의 대답은 그녀의 작품이 어떤 수준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