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봄 날을 가로지르는 어떤 기적을 기다리며

지하련 2021. 4. 7. 09:29

 

 

시간이 흐른다. 아무런 이유 없이. 

 

아무런 이유 없이 나이가 들고 상처 입고 죽는다.

 

이유없음은 저 실존주의자들의 가장 강력한 테마였지만, 그 무목적성 앞에서 그들도 무릎 꿇었다. 내던져진 존재. 그래서 그들은 그렇게 살았다. 치열하게 부딪히며. 

 

봄이 왔지만, 내 마음 속으로 봄은 깃들지 못한다. 봄꽃 날리는 거리를 걸었으나, 그 때의 봄이 아니다. 하긴 나에게 봄이 있었던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하지만 우리 삶은 기계론적 인과율이 지배하지 않는다.

이 생은 저 감당하기 힘든 우연성으로 포장된 어떤 것이니, 내가 기댈 곳은 어떤 기적 뿐. 

 

그 기적 아래에서 싹트는 고백과 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