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이론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마크 피셔

지하련 2021. 4. 11. 01:14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The Weird and The Eerie 

마크 피셔(지음), 안현주(옮김), 구픽 

 

 

마크 피셔Mark Fisher의 대표작은 <<자본주의 리얼리즘>>이다. 마크 피셔를 읽겠다면,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보다 <<자본주의 리얼리즘>>이 낫겠다. 나 또한 아직 읽지 않았지만.

 

내가 마크 피셔를 알게 된 계기는, Slow Cancellation of the Future라는 표현(<<Ghosts of My Life>>에 나온 문구라는... 이 책은 번역되지 않았고 아마존 위시리스트에만 올라가 있을 뿐이다)때문이었다. 어떤 맥락에서 이 표현이 나왔는지 잊어버렸지만, 적어도 21세기 초반 젊은 세대들이 마주한 어떤 분위기라고나 할까. 얼마 전 치러진 선거도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야당에 대한 지지보다는 여당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반영된...

 

여튼 마크 피셔가 궁금하던 차에 이 책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이 우연히 눈에 띄어 도서관에서 빌려와 읽었다.  하지만 이 책은 대중문화 평론집이다. 대중 문화(pop culture)라는 표현이 적절한 지 모르겠지만, 소설(고딕소설이나 SF소설 등), 음반, 영화에 대한 비평문들의 모음이며, 이 책에서 언급하는 여러 작품들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만 제대로 된 독서가 가능하다. 어느 면에서 이 책은 내 호기심을 자극하긴 했으나, 성실한 독서를 유도하진 못했다. 대강 페이지들을 넘겼다고나 할까. 

 

대부분의 소설가들은 처음 듣거나 관심에 두지 않았던 이들이었다. 음반은 일부만 알고 있었으며, 영화는 알고 있으나 보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작품들 대부분 기이하거나 으스스한 것들이었다. 어쩌면 내가 기이하거나 으스스한 것들에 대한 관심이 낮아서 그럴 수도 있다. 실은 그런 작품들에 관심을 기울일 시간에 다른 명작들을 먼저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으니. 따라서 이 책은 나에겐 적절하지 않았다. 다만 이 책에서 언급된 몇몇 작가들은 나의 관심을 끌었고 작품을 읽을 계획이니, 어느 정도 성공한 건 아닐까.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의 공통점은 낯선 무엇에 대한 집착이다. (8쪽) 

 

 

"지금부터 내 모든 이야기는 보편적인 인간의 규칙과 관심사와 감정들은 이 광대한 우주에서 전혀 유효하지도 중요하지 않다는 근원전적인 전제를 바탕으로 합니다."

"시간이든 공간이든 차원이든, 진정한 외부성의 본질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유기적인 삶, 선과 악, 사랑과 증오 같은, 인간이라 불리는 하찮고 덧없는 종족이 가진 그 모든 편협한 속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완전히 잊어야 합니다."

- H.P. 러브크래프트 (21쪽과 22쪽에서 옮김) 

 

**

아래는 마크 피셔와 관련된 링크다. 이 리뷰를 쓰면서 찾은 것들이니, 시간을 내어 볼 예정이다. 

 

 

 

자본주의 리얼리즘을 심문하기: 마크 피셔 인터뷰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 - 8점
마크 피셔 지음, 안현주 옮김/구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