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비즈

플래시보이스, 마이클 루이스

지하련 2021. 4. 18. 13:23

 

 

플래시 보이스 Flash Boys - A Wall Street Revolt 
마이클 루이스Michael Lewis(지음), 이제용(옮김), 곽수종(감수), 비즈니스북스

 

 

“제 평생에 불쾌한 사람들을 1년 동안 그렇게 많이 만난 적은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빚으로 분수에 넘치는 생활을 하고 있더군요. 그게 제게는 가장 충격적이었습니다.” (41쪽)

 

이 책은 초단타매매(HFT)와 둘러싼 월스트리트 거대 금융 회사와 그들이 이용하는 시스템, 그리고 그것과 싸우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며 증권거래소의 옛날 풍경을 떠올리는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주식을 거래하기 위해 증권사의 오프라인 지점으로 나가거나 전화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거래가 프로그래밍된 시스템 위에서 움직인다. 초단타매매는 그것의 허점을 파고들어 수익을 극대화하지만, 그것은 투자자의 이익과 부합하지 않았다. 왜냐면 정상적인 투자의사결정은 무시되고 도리어 시스템의 속도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금융계의 뿌리 깊은 문제는 일종의 도덕적 무력감이었다. 금융계 안의 모든 사람들이 편협한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금융계가 얼마나 부패하고 사악해졌는지에 상관없이 금융계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122쪽)

 

결국 이 책은 월스트리트, 그곳을 지배하는 금융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것이 얼마나 이기적이며 탐욕적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을 정상적으로 돌리기 위한 일군의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이 주인공들도 결국 월스트리트를 구성하는 일부라는 점은 변하지 않지만, 세계 금융을 움직이는 월스트리트가 어떤 곳인가를 알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또한 현재의 주식 매매 방식이 어떤 허점을 가지는가에 대해서도 한 번쯤 고민해볼 계기를 마련해준다.

 

다소 시간이 지난 책이라, 다른 좋은 책들도 많을 듯싶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월 스트리트의 탐욕성과 그것의 금융 시스템에 대한 이해, 그리고 경제 불평등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지만, 딱 그것에 부합하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