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2021년 8월, 사무실 오후 8시 38분.

지하련 2021. 8. 11. 20:39

 

 

서재에 있는 오디오로 음악을 듣지 못한 지 몇 달이 지났다. 서재에 에이컨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은 더위 속에서 책을 읽을 그 어떤 여유도 나에겐 없다, 없어졌다. 물질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면 정신적으로나마 여유롭길 바랬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나이가 들고 어느 정도 실패라든가 아픈 것이나 후회하는 경험들이 쌓이자, 물러서지 않는 원칙 같은 것이 하나 둘 만들어졌다. 그 중 하나가 '프로젝트는 망가지더라도 사람을 잃지 말자'다. 그런데 막상 (나도 모르게) 프로젝트를 챙기다보니, 사람을 챙기지 못한 것 같아 너무 힘들다. 따뜻한 말 한 마디라도 해야 했는데, 그걸 잊어버렸다. 그만큼 믿기도 했겠지만, 늘 그렇듯 말 없는 믿음보다 말 있는 믿음이 더 낫다.  

 

프로젝트 규모가 커졌다. 회사도 성장 중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역량은 제 자리 걸음이다. 결국 일 잘 하는 사람들에게 업무가 몰리고 그 사람들은 지금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그게 눈에 보이는데, 그것에 대한 해결책도 선명하지만, 그 모든 것이 사람이라는 점은 언제나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어제 밤늦게 퇴근하고 오늘 새벽에 출근했다. 또 오늘도 심야에 퇴근할 예정이고 내일 새벽에 출근할 것이다. 일이라는 게 애초에 쉽지 않다지만, 너무 쉽게(안일하게) 일을 해, 그들이 떠난 뒤(쫓겨난 뒤) 남은 이들에게 부담을 주는 이들을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이것도 뜻대로 되지 않을 것임을 또한 잘 알고 있다).

 

나이가 든다는 건 그만큼 자신을 잘 안다는 것이며, 이는 스스로에 대해 변할 수 있는 부분과 변할 수 없는 부분, 그리고 변해선 안 되는 부분을 인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계속 변할 것이다. 죽을 때까지 스스로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것이 지금 이 시대 나이 든다는 것의 의미가 아닐까(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또한 나는 잘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