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비즈

기브앤테이크, 애덤 그랜트

지하련 2021. 8. 29. 21:37

 

기브앤테이크 Give and Take 
애덤 그랜트(지음), 윤태준(옮김), 생각연구소

 

 

이 책은 스스로 남에게 베풀기 좋아하며, 도움을 주고 양보하는 바람에 늘 진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마치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가 내성적인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며 그들을 변호하며 이해하기 위해 씌여졌다면, 이 책은 타인을 배려하는 선량한 ‘기버’들을 변호하는 동시에 ‘기버’로서 지지 않고 성공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더 나아가 이 책은, 어쩌면 우리들에게 타인을 위해 베풀며 양보하며 살아야 하며, 그렇게 산다고 해서 지는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의 막연한 예상과 달리 성공한 사람들 상당수가 ‘기버’로 타인을 도와주며 타인의 성공을 진심으로 지지하였으며, 그 이유로 인해 그들도 성공할 수 있었음을 다양한 사례와 연구로 논증하고 있으니, 이 책의 가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착한 사람은 꼴찌로 살 수 밖에 없는가’(15쪽)라고 단호하게 물으며, 사람들의 유형은 ‘기버Giver’, ‘테이커Taker’, ‘매처Matcher’로 구분짓는다. 그리고 ‘비즈니스세계에서 기버는 상대적으로 드문 부류’라고 말한다.

 

테이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자신이 준 것보다 더 많이 받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이들은 상호관계를 입맛에 맞게 왜곡하고 다른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또한 세상을 ‘먼저 잡아먹지 않으면 잡아먹히는’ 치열한 경쟁의 장으로 보고, 성공하려면 남들보다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까닭에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그에 따른 대가를 많이 얻으려 한다. (20쪽)

 

공평함을 원칙으로 삼는 매처는 남을 도울 때 상부상조 원리를 내세워 자기 이익을 보호한다. 당신이 받은 만큼 되돌려준다는 원리를 믿고 인간관계란 호의를 주고 받는 관계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매처다. (22쪽)

 

온통 기버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테이커와 매처에 대한 설명은 많지 않다. 때로 기버의 반대로 테이커가 예로 등장하지만, 실은 그들은 실패했으므로 사례로 나올 수 있었지 지금도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테이커라면 어떨까 생각해보면 쉽지만 않을 듯 싶다.

 

목록1 
부(돈, 물질적 소유)
권력(지배력, 타인을 통제하는 힘)
쾌락(인생을 즐기는 것)
성취(남들보다 더 나아지는 것)

 

목록2
유익함(타인의 행복을 위해 일하는 것)
책임(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사회적 정의(사회적 약자를 보살피는 것)
동정심(타인이 겪는 어려움에 반응하는 것)

 

테이커는 ‘목록1’에 나열한 가치를 선호한 반면, 기버는 ‘목록2’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45쪽 ~46쪽)

 

애덤 그랜트는 기버에 대해 초점을 맞추며 기버가 자신의 일을 어떻게 처리하고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설명한다.

 

이 책을 다 읽을 때쯤이면 성공에 대한 당신의 기본적인 가정을 재고할 게 분명하다. 만일 당신이 자기희생적인 기버라면 성공 사다리의 밑바닥에서 꼭대기까지 오르게 해주는 어떤 깨달음을 얻을 확률이 높다. 당신이 이타적인 행동양식의 가치를 인정하되 직장에서 매처로 행동할 경우, 성공에 방해를 받지 않으면서 내면의 가치를 드러내고 베풂에서 의미를 찾을 기회가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에 기분 좋게 놀랄 수도 있다. (54쪽)

 

그리고 설명을 다 읽을 때쯤 위 문장처럼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된다. 적어도 기버로서 살아가는 것이 잘못된 방식이 아니라는 것, 그것이 성공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니까.

 

이 책에는 다양한 심리학 이론들과 그 사례들이 등장한다. 아래 내용은 알고 있었던 것인데, 그동안 거의 떠올리지 않았던 내용이다. 

 

심리학자 이주심과 캔트 하버는 여러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교실에서는 자기 충족적 예언이 실현된다’고 결론지었다. (…) 놀랍게도 무작위로 뽑은 훈련병들은 전문지식 시험과 무기 숙련도에서 다른 훈련병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다. 교사와 마찬가지로 소대장들도 훈련병에서 잠재력이 있다고 믿으면 그것을 이끌어내기 위해 더 열심히 지도했다. 큰 기대를 품은 소대장은 훈련병을 더 많이 돕고 조언해주었으며 피드백도 꼼꼼히 해주었다. 설령 훈련병이 실수를 하더라도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것을 가르침과 배움의 기회로 삼게 했다. 소대장의 지원을 받은 훈련병은 자신감을 갖고 실력을 쌓아 더 높은 성취를 이루었다. 
지도자의 신뢰가 자기 충족적 예언을 촉진한다는 증거는 군대 뿐 아니라 다른 여러 상황에서도 나타난다. (172쪽)

 

신뢰란 중요한 것이다. 누군가를 믿어주고 응원하며 지지하는 것. 아마 기버의 전형적인 특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으로 인해 테이커에 의해 손해를 입고 배신당하기 일쑤이다. 

 

빌 게이츠가 세계 경제포험에서 주장했듯 “인간에게는 이기심과 타인을 보살피고자 하는 두 가지 강한 본성이 있으며”, 그 두 가지 동력이 뒤섞인 사람이 가장 성공을 거둔다. (261쪽)

 

 

위 표에서 처럼 실패한 기버와 성공한 기버의 차이는 테이커 앞에서, 혹은 자신이 손해를 보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애덤 그랜트는 매처로 행동해야 된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기버로서 타인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다가 번아웃이 되는 사례에 대한 설명이었다.

 

기버는 자신의 이익보다 타인의 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종종 지나친 희생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고 만다.(265쪽)

 

하지만 이 희생은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는 것은 거기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진해서가 아니라 그 희생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그 희생에 대한 제대로 된 피드백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이 베푼다고 해서 기버의 시간과 에너지가 소진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도와주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 소진된다. (271쪽)

 

이 책은 2013년에 나와 그 당시 상당한 주목은 받았다. 그 때 번역되자 마자 읽을 걸, 다소 후회가 드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인 애덤 그랜트의 말대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양보, 그리고 성공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는 책임에 분명하다. 애덤 그랜트의 다른 책들도 챙겨 읽어야겠다. 

 

Adam Gr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