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비즈

모두가 기분 나쁜 부동산의 시대, 김민규

지하련 2022. 2. 4. 21:48

 

모두가 기분 나쁜 부동산의 시대

김민규(지음), 빅피시

 

 

지금 부동산 시장은 그 누구도 원했던 모습이 아니다. 그리고 이 나라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 월급쟁이는 모험을 하지 않고는 서울 시내에 아파트를 구할 수 없다. 아니 모험을 할 수 있는 방법마저 막아버렸다고 할까. 이제 대출 받기도 쉽지 않으니, 흙수저 배경의 직장인이라면 이제 서울에 있는 아파트에 들어올 수 없다.

 

이 책은 문재인 정부의 출범 이후 진행된 다양한 부동산 정책들과 그 정책들로 인해 야기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현상들과 문제들을 기록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안타까움이 드는 건 문재인 정부의 그 누구도 부동산 시장을 이렇게 만들려고 의도하지 않았음을 알기 때문이며, 그렇기 때문에 차라리 아예 아무 짓도 하지 말지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특히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에 들어가 살려는 실 수요자들에 대해서.

 

2017년 6월 19일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래 현재까지 4년간 총 26번의 대책이 집중 투하됐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 성적은 모든 국민이 체감하고 있다시피 그리 좋지 않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5월 6억 600만 원이던 서울 시내 아파트 중위 가격은 이제 10억 원 수준에 도달했으며, 당시 10억 원  초중반대를 형성했던 강남 아파트 가격은 이제 30억 원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이는 단지 서울 시내에만 국한되지 않아 경기도 신도시 아파트의 가격도 4년 전 대비 두 배 이상 오른 경우가 속출했고, 그나마 매매 가격 상승 대비 더딘 흐름을 보여 오던 전세 가격마저 작년 이후 단기간에 급하게 올라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8쪽)

 

저자는 시간 순으로 2017년 6워 이후 정부의 부동산 정책들을 시간 순으로 기록하며 뒤이어 일어난 시장의 반응을 기술한다. 딱 여기까지다. 부동산 투자 비법이라든가 2022년 대선 이후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 같은 건 없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적힌 저자의 아파트 구입기는 서울의 여느 직장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 방법 밖에 없다고 적는다. 시드머니를 모아서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하자고 호소한다. 알뜰살뜰 모아서 집을 구하자고 말하면서 국가에게 더 이상 기대하지 말자고 한다. 어쩌면 저자의 저 말이 정답일 지도 모른다. 괜히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다고 이런저런 규제 정책을 시행한다고 해서 바로 잡히지 않는다. 그런 시대는 이미 지났다.

 

현 시점에서의 한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 위해 이 책을 읽는 건 도움이 될 것이다. 금방 읽을 수 있다. 다 읽는다고 해서 뭔가 대단한 전망이나 통찰 같은 건 없다. 그저 씁쓰레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