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비즈

스티브 잡스 네 번의 삶, 다니엘 이치비아

지하련 2022. 9. 10. 15:39

 

 

스티브 잡스 네 번의 삶

다니엘 이치비아(지음), 위민복, 정유진(옮김), 에이콘 

 

 

이 책을 뒤늦게 읽으며, 내가 스티브 잡스가 창업했던 그 당시의 애플이 아니라 존 스컬리의 애플-진정한 의미의 애플이라고 보기 어려운 - 부터 알았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또한 서른도 되기 전에 위즈니악과 같이 창업한 애플에서 쫓겨났다는 사실은 상당히 놀라웠다. 그러니까 이미 그는 20대에 한 번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으며, 그 이후 작은 실패들은 있었으나 지속적으로 자신의 사업 역량을 보여주었다. 채식주의자였으며 영적 삶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심지어 인도 여행을 가서 말 못할 고생을 했던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나는 잡스에게서 사업가의 모습보다는 예술가에 더 가까운 면모를 느꼈다. 그래서일까, 책 내내 그가 일을 추진하는 모습이나 동료를 대하는 태도에서 보이는 불합리나 독단, 자기 고집이 자주 용인되고 이상주의로 포장되며, 카리스마나 잡스 특유의 매력으로 서술되었다. 

 

책은 금방 읽을 수 있다. 스티브 잡스의 삶이 다니엘 이치비아의 눈으로 해석된 책이라는 느낌이 더 강한 이 책은 기술된 내용이 틀렸다기 보다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밥 딜런을 좋아하고 인도로 여행을 떠난 스티브 잡스를 동일 선상에 놓고 서술하는 작가 탓이 아닐까 싶다. 

 

많은 이들은 우리의 삶이 어떤 일관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여기지만, 종종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이는 스티브 잡스의 생애도 그렇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에서 혁신적인 제품이 나왔지만, 그것이 모두 스티브 잡스의 역량이라고 여겨선 안 된다. 위즈니악이 없었다면 애플은 없었다. 조나단 아이브가 없었다면 아이맥 이후 애플은 없었을 것이다. 종종 우리는 한 두 명에서 모든 것이 나왔다고 믿는다. 그래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를 바라곤 한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된 접근일 수도 있음을 잊지 말자. 이 책을 어떻게 구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이 책이 출간되었던 2011년도에 읽었다면 어땠을까, 그냥 궁금해진다. 

 

 

지금 봐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가지고 등장했을 땐 상당한 충격이었다. 이 때 나는 IT를 떠나 미술 쪽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가끔 그 때 미술 쪽으로 가지 않고 IT에 계속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그랬으면 지금 쯤 미술과의 불꽃을 활활 태웠을 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은 절판된 책이다. 그리고 계속 반복해서 찾아 읽을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GE의 잭 웰치 회장이 은퇴했을 때 무수한 책들이 나왔지만, 지금은 거의 읽히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이런 류의 책들 중에 잊혀지지 않는 책이 있는데, 그건 엘런 그리스펀의 책이었다. 그가 Fed(연준) 의장을 막 끝내고 나온 책을 읽으며 이렇구나 하며 읽었지만, 지금의 시각으로 보자면 대부분 맞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그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게 관계되어 청문회에 나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니 책을 읽을 때는 언제나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