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리뷰

작은 방주 - 최우람 전, 국립현대미술관, 2022.09.

지하련 2023. 2. 12. 15:11

 

 

작은 방주 - 최우람 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22.09.09 ~ 2023.02.26 

 

 

 

최우람은 국내에선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한 작가이다. 자주 만날 수 있는 작가이다. 다만 이번 전시처럼 큰 작품을 자주 보기란 쉽진 않지만. 

 

기계에 영혼을 불어넣는다고 할까. 그렇다고 기계가 따스해지는 건 아니다. 반대로 따스한 생명체의 느낌을 차가운 메카닉으로 표현하였을 때의 낯설음, 기괴함, 아름다움, 그리고 차가움으로 이어지는 것이 상당히 흥미롭다. 더구나 현대적인 느낌보다는 고대적인 느낌이 더 강하게 드는 것은 반복적인 기계 운동이 마치 고대 주술사의 몸짓처럼 보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애니메이션을 많이 본 탓일까. '기계의 주술성'의 관점에서 최우람의 작품 세계를 모색해보아야 상당히 흥미로울 것같다.

 

그래도 일년에 몇 번은 전시를 보러 간다. 양혜규, 메이플소프, 제니 홀저, 슈타이얼 ... 하지만 전시 리뷰 같은 걸 올리지 못했는데, 좀 전문적이면서도 대중적인 리뷰를 올릴 욕심을 가지고 자료 준비만 했다. 실은 최우람 전시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그냥 간단하게 감상평만 해서 올린다.

 

최우람(1970)은 199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정교한 설계를 바탕으로 움직임과 서사를 가진 ‘기계생명체(anima-machine)’를 제작해왔다. 기술 발전과 진화에 투영된 인간의 욕망에 주목해 온 작가의 관점은 지난 30여 년 간 사회적 맥락, 철학, 종교 등의 영역을 아우르며 인간 실존과 공생의 의미에 관한 질문으로 확장되었다.

 

최우람의 작품들은 기계적 운동이 원시 생명체와 같은 느낌을 자아내고 주술성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흥미롭니다. 이는 기계적 방식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기계적 방식이 본질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는 모방(미메시스)의 측면을 드러내며, 이로서 기계도 자연의 반영임을 드러낸다. 

 

 

 

 

 

작은 방주

 

철제와 버려진 택배 상자로 만들어진 방주. 정해진 시간마다 운동을 보여준다. 이 운동을 통해 탈출의 희망을 노래하는 듯하지만, 상징적인 차원에서의 어필이다. 도리어 집중하게 되는 것은 기계가 보여주는 구원의 상징이 적절한가 라는 질문이다. 이는 최우람 작품들이 가진 공통된 질문이다. 기계 문명 속에서 기계를 떠나 자연을 향해야 된다는 주장이 호소력있게 다가오는 요즘, 최우람의 작품들은 기계를 통해 도시 문명을 떠나 자연을 향해야 된다는 낯선 주장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선 천천히 생각해봐야 겠다. 

 

전시 팜플렛에서 전시 개요를 옮긴다.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 작은 방주>>는 최우람 작가의 기존 작업에 내재해 있던 질문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을 재구성한 하나의 공연 형식으로 기획된 전시다. 전에 없는 위기를 겪으며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은 그동안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의문을 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기후변화와 사회정치경제적 위기로 인한 불안감과 양극화의 심화는 방향상실의 시대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에 작가는 방주라는 주제의 전시를 만들고 동시대를 구성하는 모순된 욕망을 병치시켜 관람객들과 오늘 우리의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고 질문하는 장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