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문학

안녕, 다니카와 슌타로

지하련 2022. 12. 4. 13:33

 

안녕

 

다니카와 슌타로

 

 

나의 간장(肝臟)이여 잘 있거라

신장과 췌장하고도 이별이다

나는 이제 죽을 참인데

곁에 아무도 없으니 

너희들에게 인사한다

 

 

오래도록 나를 위해 일해주었지만

이제 너희들은 자유다

어디로든 떠나는 게 좋다

너희들과 헤어져서 나도 몸이 가뿐해진다

혼만 남은 본래의 모습 

 

 

심장이여 때때로 콕콕 찔렀구나

뇌수여 허튼 생각을 하게 했구나

눈 귀 입에도 고추에게도 고생을 시켰다

모두 모두 언짢게 생각하지 말기를

너희들이 있어 내가 있었으니까

 

 

그렇다고는 해도 너희들이 없는 미래는 밝다

이제 나는 나에게 미련이 없으니까

망설이지 말고 나를 잊고

진흙에 녹아들자 하늘로 사라지자

언어가 없는 것들의 동료가 되자 

 

 

 

 

<<시를 쓴다는 것>>에 실려있던 시 한 편을 옮긴다. 이제 노인이 된 시인이, "아무래도 젊은 시절에는 쓸 수 없는 시지요"라고 말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도. 한 편이 주는 울림이 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