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일요일 새벽, 잠에서 깨다.

지하련 2023. 2. 26. 07:08

 

일요일 새벽. 침대에서 일어나 서재까지 걷는다. 아주 짧은 거리. 나이 때문인가 운동 부족인가 자주 아프다. 세수를 하다가 코피가 터졌다. 코피가 터질 만하다. 어젠 오후 내내 도서관에 있었다. 보고서 몇 개를 살폈고 책 한 권을 읽었다. 꼼꼼하게 읽는다면 종일 걸릴 일이지만, 아는 부분은 대강 훑으면서 읽어 가능한 일이었다.

 

인구 붕괴라고 언론에서 떠들어댄다. 인구가 붕괴되는데 크게 일조한 언론이 떠들고 있으니, 기분이 상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오른다고 난리이고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떨어진다고 난리인 언론이다. 그리고 그 언론을 읽거나 보며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더 문제다. 유튜브에는 클릭을 유도하는 가짜 기사들, 가짜 정보들이 떠돌아다닌다. 솔직히 송중기가 자신의 아내에 대해선 졸업 대학을 빼곤 다 거짓이라고 했을 때, 나 스스로 상당히 놀랐다. chatGPT를 보면서 설득력 있는 거짓말 제조기라고 했다. 시뮬라시옹은 본격화되어 잘못된 거짓이, 안 그대로 힘든 현실의 진실을 더 어렵게 만들게 될 것이 뻔해 보였다. 

 

다행이다. 코피는 금방 멎었고 아픈 허리는 이제 조금 낫다. 오랜만에 벨앤세바스티안을 듣는다. 홍대 앞 벨앤세바스티안이라는 카페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그 카페 사장님과는 그 카페가 문을 닫은 지 한참 후에 만나 맥주를 마신 기억이 난다. 그런 것도 이젠 옛날 방식일까. 몇명의 평론가들이 작년 최고의 앨범이라고 인정받은 <<Wet Leg>>를 들으며, 옛날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K-pop이 이종, 혼성, 모방된 장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가 대학가 앞에 좋아하는 락밴드 이름으로 카페를 여는 방식 말이다. 

 

그러게, What a waste, I could have been your lover. What a waste, I could have been your friend. 이것도 좀 철지난, 옛날스러운 고백 같은 걸까. 그러고 보니, 벨앤세바스티안의 이 앨범은 없구나. 

 

 

 

 

요즘 너무 커피를 마신다. 하루에 다섯 잔은 족히 마시는 듯 싶다. Luft Coffee의 사악한 가격. 차라리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이 더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