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예술가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를 그리워할 것이다

지하련 2023. 7. 13. 13:16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그는 나에게 현대소설을 가르쳐 주었다. 소설론 수업이 아니라 쿤데라의 소설이!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의 형편없는 문학강사들과 평론가들은 하일지의 소설을 포스트모더니즘이라고 이야기하고 다녔다. 그 때나 지금이나 그들이 왜 로브-그리예나 미셸 뷔토르를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라고 말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늘 밀란 쿤데라가 왜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하고 궁금했다. 

 

체코에서 프랑스로 망명한 밀란 쿤데라는, 안타깝게도 체코에서는 조국을 버리고 떠난 이방인일 뿐이었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의 보후밀 흐라발이 체코에 남아 그 곳에서 싸우며 글을 쓴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토니 주트는 20세기를 회고한 책에서 그의 체코 친구들은 밀란 쿤데라가 서방에서 인정받고 인기가 많은 것에 대해 분노한다고 적기도 했다.

 

밀란 쿤데라. 어쩌면 대중적 인기와는 무관하게 프랑스 문학계나 체코 문학계에서 상당히 애매한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밀란 쿤데라보다 문학성이 한참 떨어지는 파트릭 모디아노나 아니 에르노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때, 그는 참 애매했을 것이다. 아마 그의 주변에선 쿤데라, 당신이 받을 차례야 라고 말하는 이들이 분명히 있었을 테니까.

 

그건 그렇고 내가 좋아하는 이들이 이제 슬슬 세상과 떠나고 있으니, 나도 이제 머지 않았구나. 아직 읽지 못한 쿤데라의 책들을 읽으며 그를 그리워해야겠다.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술을 광적으로 좋아했다는 걸 올해 들어서야 알았고, 그걸 알게 되었을 즈음, 오에 겐자부로가 떠났으며, 이어 쿤데라가.... 며칠 전 데이비드 호크니가 생일이었는데(1936년 7월 10일 생), 올해로 87세였다. 이 동성애자 예술가는 언제나 흥미롭고도 사랑스러운 작품을 우리들에게 선물하는데,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슬퍼졌다. 생방송 중에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몸소 예술을 보여주었던 트레이시 에민도 올해 환갑이라니! 정현종의 시집 제목처럼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계속 사랑하면서 남은 생을 보내자!

 

Milan Kundera(1929 -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