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우주/예술가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의 자화상(Self-portrait)

지하련 2023. 5. 22. 13:46

 

우연히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 1471~1528)의 자화상들을 보았다. 북유럽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화가이지만, 그의 작품들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들과의 그 결이 다르다. 예술의 역사를 공부할 때, 지역적 차이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이런 점에서 뒤러는 참 특별한 화가다. 그의 작품들에는 르네상스 세속주의도 드러나지만, 그와 함께 그 당시까지 남아있던 후기 고딕적 요소에서 자유롭지 못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The Arnolfini Portrait 
(or The Arnolfini Wedding, The Arnolfini Marriage, the Portrait of Giovanni Arnolfini and his Wife, or other titles)
Jan van Eyck, 1434.
Oil on oak panel, 82.2 × 60 cm (32.4 × 23.6 in).
National Gallery, London

 

북유럽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알려진 얀 반 아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도 후기 고딕의 전형적인 회화 작품으로 이해된다. 이처럼 15세기 북유럽은 후기 고딕이 남아있던 시기였으며, 후기 고딕의 극적인 자연주의는 르네상스 자연주의와 양식적으로 종종 오해를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자화상을 보면서 그가 어떻게 고딕에서 르네상스적 자연주의로 넘어가는지 확연히 알 수 있다. 그를 르네상스 고전주의(High Renaissance) 예술가로 말하지 않지만, 확실히 고전적 예술 양식(고전주의)을 향해 나아갔다. 또한 데카르트적 세계관을 선취하였으며 인간 이성의 무한한 신뢰를 그의 작품 속에 담아냈다.

 

 

Self-portrait at the age of 13
Albertina museum, Vienna 1484

 

 

Self-portrait at age of 22
1493
Oil on linen, transferred from vellum 57 x 45 cm
Musee du Louvre, Paris.

 

 

Self-portrait at the age of 26
Technique Oil on Panel
Dimension Height: 52 cm.; Width: 41 cm.
Museo del Prado, Madrid

 

Self-portrait at the age of 28
1500
Dimensions - Height: 67.1 cm, Width: 48.9 cm, Oil on lime panel

Alte Pinakotek, Munich

 

오랜만에 뒤러의 작품을 포스팅하다 보니, 마지막 자화상이 뒤러가 28살 무렵이었다는 게 새삼스럽다. 뒤러의 후반기 작품들도 한 번 살펴봐야겠다. 예전엔 뒤러의 판화를 참 좋아했는데.... 

 

28살의 뒤러는 빤히 보는 이를 향해 있다. 이 자신만만함은 르네상스를 뛰어넘어 곧장 고전적 바로크를 향해 나간다. 이런 자신감은 19세기까지 이어져 제국주의가 만들어지게 된다. 그 당시(어쩌면 지금도 가지고 있을 지 모르는) 유럽인들의 권위적인 태도 밑에 숨겨진 우월의식은 저 자화상으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유럽 중세의, 그 답답했던 신앙의 그늘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19세기, 20세기 초까지 이어진 것이다. 우리가 근대를 공부할 때 르네상스 예술로부터 시작해야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