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2023년의 대한민국이 싫다

지하련 2023. 12. 28. 09:07

 

두 아이의 아빠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너무 화가 나는 하루였다. 검찰, 경찰, 언론의 합작품이다. 그리고 자극적인 컨텐츠를 올리는 유튜버들과 무관심한 척하는 대중들의 묵인 아래 이루어진 일이다.

 

실은 며칠 전 아파트 화재 속에서 어린 딸들을 안고 뛰어내린 아빠의 부고 기사를 보면 열이 받아있었다. 방 안에서 담배 때문에 불이 났고, 그 담배를 피운 이가 70대 노인이라는 사실에, 그냥 지금 늙은이들이 젊은이들의 앞날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정치든, 경제든 ...

 

평일 교외 카페를 가보라. 한껏 꾸며 입고 이야기를 나누는 노인들로 가득하다. 실은 노인이라고 부르기도 그렇다. 60대, 70대여도 아직 젊게 보이니까. 그들은 젊은이들에게 자신들이 젊을 때 열심히 일해 쌓아 올린 부라고 하겠지만, 실은 자산 가치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던 시대를 살아온 운 좋은 세대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대해선 모른다. 그렇게 그들이 운을 가지고 간 탓에 지금 젊은 세대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들은 젊은이들을 항해 쉽게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 라고 핀잔하듯 이야기할 때, 그런 기사들을 볼 때마다, 그들의 책임도 일부 있다는 사실을 왜 알지 못할까. 아마 그들도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라면 똑같은 선택을 했을 텐데 말이다.

 

나는 정치인들, 대학교수들, 기자들의 무책임한 저출산 문제에 대한 경고와 해결 방안들을 가끔 읽으면서 웃는다(썩소를 날린다). 어찌 세상을 이리도 모를까. 똑똑하니까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걸 왜 모르는 걸까.

 

마약이 위험하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리고 건강한 상태에선 마약을 하더라도 일회성에 그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미국이 현재 이 지경이 된 것은 '펜타닐'(마약성 진통제의 일종) 때문이다. 아무 생각 없이 '펜타닐'을 처방했고 환자들은 그 효과를 경험한 후 자주 복용하게 되고 결국 중독되었다. 필라델피아 캔싱턴 거리에서 한국 취재진에게 인터뷰를 한 어떤 여성은 자신은 공립고교 교사였다가 어느 순간 중독 되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지병이 있어서 매일 약들을 복용하였는데, 하필이면 그 약들 안에 '펜타닐'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결국 해고당하고 어느 순간 보니 여기 와있더라고 고백했다. 

 

사람들은 다 정부 탓, 국가 탓, 정치 탓을 한다. 실은 정부를 지지하고 정치인들에게 투표하는 것도 자신들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영화 <<서울의 봄>>을 보면, 결국엔 명분 싸움이고 명분이 필요한 이유는 대다수의 국민들을 납득시키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가장 무서운 것은 국민들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정부 탓, 정치 탓 하느라 자신들의 잘못을 들여다보지 못한다.

 

두 아이의 아빠가 죽음을 선택했을 때의 심정을 알까. 검찰, 경찰, 그리고 신나게 받아쓰기를 하면서 클릭수를 보았을 기자들은 알까. 그리고 자극적인 기사들을 읽으며 이야기를 주고 받은 우리들은 그 심정을 알까. 마약 수사 실적을 내려고 이태원 때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더니, 이번엔 무슨 처참한 꼴이란 말인가. 자의가 아니라 타의로 마약을 한 번 했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이 2023년 한국의 잔인한 시스템을 저주한다. 그리고 그 시스템에 나도 모르게 동조하고 방관했던 내가 부끄럽다. 

 

나는 2023년의 대한민국이 너무 싫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나 자신도 너무 싫다.

 

슬프지만, 그의 영혼이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 남은 가족들에게도 하느님의 평화가 함께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