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우주

2023년 책들의 기록, "왜 읽는 걸까?"

지하련 2024. 1. 6. 19:08

 

 

 

2023년 책들의 기록, "왜 읽는 걸까?"

 

'사자가 위장에 탈이 나면 풀을 먹듯이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라고 강유원 선생은 <<책과 세계>>에서 이야기하지만, 책 읽는 인간들은 정말 병이 든 걸까. 정말 아픔을 참으며 자신이 병이 든 사실조차 모른 채 책을 읽는 걸까. 아니면 병 들었음을 알기에 책을 읽는 걸까.

 

스티븐 핑커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통해 인류는 폭력성과 싸우며 나은 미래를 향해 가고 있다고 역설하지만, 너무 쉽게 낙관하는 건 아닐까. 소수의 인간들은 병 들어 자신의 무력함을 숨기기 위해 끊임없이 책을 강조해 왔으며 여기에 현혹된 이들이 권력을 잡으면서 책 읽기는 인류 문명의 버릴 수 없는 문화가 된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어린 알렉산드로스에게 철학을 가르치는 아리스토텔레스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시황제는 책을 불태워 버린다. 이 때 의학, 기술, 농업에 대한 책을 제외했으므로, 말만 해대는 책들을 다 없애 버린 것이다. 이후 더 나아가 유학자들까지 땅에 묻어버려 악명을 떨치긴 했으나, 이런저런 참견만 해대는 유학자들이 국가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이니, 이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수십년 전 한국에서도 있었던 일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돈벌이가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나는 책을 읽는 것일까. 책을 읽다가 마주한 감미로운 말을 들려줄 상대도 없고 새로 알게 된 정보를 알려줄 사람도 없다. 그냥 혼자 책을 읽고 블로그에서 간단하게 리뷰를 올리는 것이 전부다. 대신 세상의 변화를 내 나름대로 파악하려는 탓에, 자주 분노하고 화를 내며 답답해 한다. 세상을 알아갈수록 세상과 등을 지려고 노력하며, 사람들에 대한 회의만 늘어나며 나 자신에 대해선 왜 살고 있는 거지라며 더 자주 묻게 된다.

 

정말 세상은 나아지고 있는 걸까. 지금보다 훨씬 젊었던 시절, 확실하게 나는 세상은 나아지고 있고 더 나아질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은 하나이며,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 이후, 결정된 미래 앞에서 우리는 그냥 제자리에서 빙빙 도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끝없는 우주라지만, 실은 우리가 아는 범위에서만 끝이 없을 뿐 결국 닫힌 우주였고, 끝이 있는 좌표 평면 상에서의 순환이거나 무한 반복의 윤회는 아닐까.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행히 우리 인간의 지성은 그것을 알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고 앞으로도 부족하고 영원히 부족할 것이니. 그렇게도 사랑에 실패하고도 다시 사랑하게 되는 연인들의 마음 같다고 해야 하나. 파스빈더의 영화 제목처럼 두려움은 영혼을 잠식하니, 그냥 두려움은 버리는 것이 낫다. 또한 책을 읽는다고 해서 다 제대로 책을 읽는 것도 아니다. 책을 읽는다고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도 아니고 세상 이치를 좀 더 알게 되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세상은 두려움을 사려 깊음으로 포장한 자들의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용기로 포장한 무모한 자들의 것이었다. 책을 읽고 책 내용을 깊이 파악한 뒤, 책이 아니라 냉혹한 현실 앞에서의 새로운 전략을 짜 움직이는 자들의 것이다. 언제나 에라스무스들은 실패할 것이다. 실패를 반복할 것이다.

 

어차피 실패할 거니, 실행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탓에 아직도 제 자리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반대로 어차피 실패할 건 분명하니, 그냥 저지르는 무모함을 배우지 못했음을 뒤늦게 후회하곤 한다. 그러면서 23년에는 약 오십 여권의 책을 읽었다. 몇 권은 좋았다. 형편없는 책은 읽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냥 습관이 되었다. 책 한 권은 언제나 들고 다니며 읽는다. 읽은 뒤에는 블로그에 리뷰를 올리려고 한다. 리뷰라기 보다는 노트한 것의 정리지만.

 

 

올해 최고의 책은 에드워드 챈들러의 <<금리의 역습 The Price of Time: The Real Story of Interest >>( 임상훈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3년)이다. 나는 리오 휴버먼의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Man's Worldly Goods - The Story of the Wealth of Nations >>를 통해 금리(이자)에 대한 해악을 알았으며, 이것이 서유럽 르네상스의 산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류 문명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화폐의 시간 가치를 알고 있었으며 금리(이자)를 적용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많은 화폐개혁가들과 마르크스주의자들이 그토록 이자에 대해 저항하며 이를 없애려는 노력이 실패로 돌아갈 수 밖에 없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셈이다. 그냥 이자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에드워드 챈들러는 메소포타미아 때부터 재화의 시간 가치를 관리하고 적용하였음을 이야기하면서 금리, 즉 시간의 가치에 대한 긴 서술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몇 달에 걸쳐 읽었던 이 책에 대한 리뷰는 결국 올리지 못했는데, 쓸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어느 독자는 아마존 북리뷰에 MBA 강의보다 이 책 한 권이 훨씬 낫다며 격찬을 했다. 나 또한 이 의견에 공감한다.

 

캐나다 요크대학의 박현옥 교수의 <<자본의 무의식>>(김택균 옮김, 천년의상상)은 국내 독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책이지만, 이 책의 주장은 상당히 놀랍다. 현대 자본주의 속에서 이미 남과 북은 통일되어 있다는 과감한 주장을 하는데,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한다. 다만 조금 더 간결하게 썼더라면 읽고 이해하기 더 수월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그만큼 많은 자료와 인터뷰, 오래 기간의 연구활동이 수반된 저서라, 간결하게 쓰기도 쉽지 않았을 듯 싶다.   

 

연세대 조문영 교수의 <<빈곤과정>>은 내가 한국의 인류학이나 사회학에 대해 새롭게 바라보게 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되는 ‘빈곤’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 외 많은 책들이 떠오른다. 아래는 지난 1년 동안 읽었던 책들에 대한 기록이다.

 

* 그냥 읽은 순서대로 적었더니, 가독성이 너무 떨어진다. 활용하기도 어려워 분야별로 나누어 업데이트한다. 

 

인문/과학

 

<<에피쿠로스 쾌락>>, 에피쿠로스 지음, 박문재 옮김, 현대지성, 2022년 출간
- 에피쿠로스의 책을 읽었지만, 지금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인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차라리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를 읽으라고 하고 싶지만,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보다 에피쿠로스의 이 책이 훨씬 읽기 편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후 플라톤의 <<향연>>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고대 그리스나 헬레니즘 시기의 고전들은 대체로 읽어볼 만한데, 고전과 관련된 수업을 함께 들으며 읽는 것을 권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읽히는 면도 없지 않다.

 

<<아카이브 취향>>, 아를레트 파르주 지음, 김정아 옮김, 문학과지성사, 2020년 출간
역사 연구 방법론에 대한 책이면서 역사적 자료(아카이브)에 대한 책이다. 인문학 서적이라 일반적인 독자에게 권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역사학에 대한 기본적인 식견을 가진 후 읽기를 권한다. 나는 꽤 재미있게 읽었다.

 

<<근대 조선과 일본>>, 조경달 지음, 최덕수 옮김, 열린책들, 2015년 출간 
재일한국인 조경달 교수의 이 책은 19세기 조선에 대해 깊은 이해와 통찰을 선사한다. 솔직히 19세기 조선의 모습을 제대로 알게 된다면, 이후 이어지는 여러 번의 전쟁과 한일합방에 대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될 정도다. 추천한다.

 

<<일본산고>>, 박경리 지음, 마로니에북스, 2013년 출간
추천한다. 일본에 대해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노년의 소설가의 일본론이며, 놀라울 정도로 강경해서 놀랍기까지 하다. 추천한다.

 

<<우리의 사이와 차이>>, 얀 그루에 지음, 손화수 옮김, arte(아르테), 2022년 출간
상당히 아픈 책이다. 신체적 장애를 가진 얀 그루에가 스스로를 돌아보며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냥 흘려 읽을 수 없게 한다. 

 

<<타인을 기록하는 마음>>, 이수정 지음, 메디치미디어, 2022년 출간
한국 내 이슬람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 이런 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국 사회가 변화하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저자에게 찬사를 보낸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곰출판, 2021년 출간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어느 인플루언서의 추천 때문이었음을 뒤늦게 알았다. 미국에선 상당한 논란을 일으킬만하지만, 한국 독자가 큰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소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읽을만 하지만, 다른 좋은 책들도 많기 때문에, 굳이 추천하진 않겠다.

 

<<자본가의 탄생>>, 그레그 스타인메츠 지음, 노승영 옮김, 부키, 2018년 출간
푸거라는 르네상스 시기의 현대적 기업가, 자본가에 대한 이야기지만, 책 전체적으로는 르네상스 시기의 여러 시스템이 가지고 있었던 문제들, 변화상을 깊이 있게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했다. 특히 루터의 종교 개혁이 실은 재정난에 시달리던 교황의 무리한 욕심 때문이었음을 이 책에선 상당히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위대한 대화>>, 김지수 지음, 생각의힘, 2023년 출간
인터뷰집이다. 추천한다.

 

<<얼굴 없는 인간>>, 조르조 아감벤 지음, 박문정 옮김, 효형출판, 2021년 출간
지금 굳이 읽을 필요는 없을 듯 싶다. 코로나 시기 유럽 국가들의 강제된 통제에 대해 극렬하게 반발했던 아감벤의 여러 짧은 글들을 모은 책이다.

 

<<2050 거주불능 지구>>, 데이비드 월러스 웰스 지음, 김재경 옮김, 추수밭,  2020년 출간
기후 위기가 음모론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솔직히 백년 이내 인류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내몰릴 것이다. 

 

문학 - 시/소설/수필

 

<<알고 싶지 않은 것들>>, 데버라 리비 지음, 이예원 옮김, 플레이타임, 2018년 출간 
데버라 리비의 책이 번역된 것을 알지 못했다.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을 통해 마르그리뜨 뒤라스가 술통에 빠져 살았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페터 한트케 지음, 윤용호 옮김, 민음사, 2009년 출간.
앞으로 페터 한트케는 읽지 않는 걸로 정했다. 독일어권 작가들 중 일부는 나와 전혀 맞지 않는다. 더 나아가 그들이 왜 인정을 받는지 잘 모르겠다. 옐리네크의 <<피아노를 치는 여자>>는 놀랍도록 감동적이었는데… 

 

<<환희의 인간>>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이주현 옮김, 1984Books(일구팔사북스), 2021년 출간.
굳이 찾아 읽을 필욘 없을 듯 싶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조르주 상드의 편지>> 조르주 상드 지음, 이재희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지만지), 2012년 출간
확실히 조르주 상드는 읽을 필요가 있다.

 

<<물질적 삶>>,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민음사, 2019년 출간.
내가 사랑하는 이름. 마르그리트 뒤라스.

 

<<태평양을 막는 제방>>,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민음사, 2021년 출간 
뒤라스의 소설은 언제나 좋다.

 

<<작가 피정>>, 노시내 지음, 마티, 2023년 출간
예전에 몇 번 연락을 주고 받았던 사이며, 그녀가 번역한 책들 대부분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좋았다. 동유럽 겨울을 보여주었으며, 이탈리아 디아스포라를 엿보게 해주었으며, 파키스탄 우유에 대해 알려주었다.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추천한다.

 

<<나, 프랜 리보위츠>>, 프랜 리보위츠 지음, 우아름 옮김, 문학동네, 2022년 출간
그냥 원서로 사서 읽기를. 번역이 너무 좋지 않다.

 

<<말의 정의定義>>, 오에 겐자부로 지음, 송태욱 옮김, 뮤진트리, 2018년 출간
오에 겐자부로의 산문집이다. 오랜만에 겐자부로를 읽었다.

 

<<세상의 끝>>, 안토니우 로부 안투네스 지음, 김용재 옮김, 봄날의책,  2021년 출간
주제 사라마구가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포르투갈의 일부 문학인들은 안토니우 로부 안투네스가 받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정말 놀라운 소설이다. 추천한다.

 

<<나는 산티아고 신부다>>, 인영균 지음, 분도출판사, 2022년 출간
산티아고 순례길에 있었던 인영균 클레멘스 신부님의 수필이다. 좋은 책이다.

 

<<무해한 복숭아>>, 이은규 지음, 아침달, 2023년 출간
괜찮은 시집이다.

 

<<진정한 장소>>, 아니 에르노, 미셸 포르트 지음, 신유진 옮김,  1984Books(일구팔사북스), 2022년 출간
아니 에르노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했을 때, 이해할 수 없었다. 실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남아 있는 나날>>,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민음사, 2021년 출간
가즈오 이시구로는 정말 대단한 이야기꾼이다. 매력적인 소설이다. 번역된 소설 몇 권을 더 구해 읽기 시작했다.

 

<<어떤 사랑도 기록하지 말기를>>, 이영주 지음, 문학과지성사, 2019년 출간
<<차가운 사탕들>>, 이영주 지음, 문학과지성사, 2014년 출간
고백하건대 나는 시인 이영주의 팬이다.

 

<<그날의 비밀>>, 에리크 뷔야르 지음, 이재룡 옮김, 열린책들, 2019년 출간
내가 왜 이 책을 읽었을까. 굳이 읽을 필요 없다. 이 책보다 좋은 소설이 많다.

 

<<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별 옮김, 민음사, 2021년 출간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은 언제나 좋다.

 

<<일인칭 단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문학동네, 2020년 출간
하루키의 책이다. 정말 오랜만에 읽었다.

 

<<격정과 신비>>, 르네 샤르 지음, 을유문화사, 2023년 출간
르네 샤르가 번역되었다. 현대 프랑스 시인들 중 단연코 르네 샤르가 최고라고 말하면 이상할까.

 

<<저 사람은 알레스>>, 욘 포세 지음, 정민영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지만지),  2018년 출간
23년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욘 포세. 이 책을 읽고 욘 포세의 다른 책이 궁금해졌다. 대중적인 작가는 아니다. 그러나 그의 작법은 상당히 흥미롭고 일반 독자에게도 권할 만 했다.  

 

<<사카구치 안고 단편집>>, 사카구치 안고 지음, 유은경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지만지), 2018년 출간
사카구치 안고를 왜 뒤늦게 알았을까. 강력하게 추천한다. 

 

<<계속되는 이야기>>, 세스 노터봄 지음, 김영중 옮김, 문학동네, 2020년 출간
다시 말하지만, 나는 세스 노터봄의 팬이다. 다른 책들도 읽을 것이다.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 단요 지음, 사계절, 2023년 출간
잘 모르겠다. 읽다가 말았다. 굳이 이런 걸 소설로 쓸 필요가 있을까.

 

 

 

정치/경제/경영/기술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앨버트 O. 허시먼 지음, 강명구 옮김, 나무연필, 2016년 출간
정치학 분야의 고전이다. 그런데 허시먼은 경제학자라는 사실이 흥미로운 지점이다. 조직학에 대한 상당한 통찰이 담겨있다. 특히 공교육의 몰락을 보고 있는 한국에서 허시먼의 이 책은 널리 읽혀야만 한다. 왜 공교육이 무너졌는지 1970년에 허시먼이 이야기했지만, 한국은 수십년이 지난 후 똑 같은 짓을 하며 공교육을 무너뜨렸다.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 피터 자이한 지음, 홍지수 옮김, 김앤김북스, 2021년 출간
미국 중심적 서술이 걸리긴 하지만, 현재 글로벌 지정학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유익한 책이다. 일본을 높이 평가한다는 점에서, 한국 사람들이 바라보는 일본과 글로벌, 특히 미국 보수진영에서 바라보는 일본이 얼마나 다른가를 확실히 알 수 있다. 미국이 살아남는다, 일본이 대단하다 식의 서술은 읽는 이를 불편하게 하는 구석이 있고 이 국가들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는 다분히 정치적이다. 이런 측면만 걸러 읽으면 상당히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책임에 분명하다.

 

<<초거대 위협>>, 누리엘 루비니 지음, 박슬라 옮김,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2023년 출간
어두운 전망이지만, 충분히 현실적인 전망이라는 것이 더 비참하게 만든다. 한 권의 책으로 현재 인류에게 닥힌 여러 불길한 시나리오들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하다.

 

<<금리의 역습>>, 에드워드 챈슬러 지음, 임상훈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3년 출간
추천한다.

 

<<빈곤 과정>>, 조문영 지음, 글항아리, 2022년 출간
강력하게 추천한다. 앞에서 언급하긴 했지만, 한국에 제대로 된 연구자가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자본의 무의식>>, 박현옥 지음, 김택균 옮김, 천년의상상, 2023년 출간
상당히 두껍다. 각오를 하고 읽어야 하지만, 읽는 만큼 자세히 한국인 디아스포라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어쩌면 캐나다 요크대학 교수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연구서일지도 모르겠다. 한국 대학에 근무하는 대부분 인문학 교수들은 도대체 뭘 하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면서 인문학 전공자들이 줄어든다고만 한다. 그들의 연구 역량, 저술 역량은 반성하지 못하면서.

 

<<오모테나시, 접객의 비밀>>, 최한우 지음, 스리체어스(threechairs), 2017년 출간
짧은 책이다. 오모테나시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엑설런스>>, 도리스 메르틴 지음, 배명자 옮김, 다산초당, 2022년 출간
탁월함에 대한 자기 계발서라고 해야 하나. 분류가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읽을 만했다. 하지만 다 읽고 난 뒤 몇 달 지나지 않아 다 잊어버렸다. 다시 노트를 꺼내 되새길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시작된 전쟁>>, 이철 지음, 페이지2, 2023년 출간
상당히 과감한 주장을 하는 책이지만, 어쩌면 한국 정부, 한국인에게 충분히 고려할 만한 이야기를 던지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 책을 읽은 이들은 누구일까. 다 읽고 나면, 형편없는 현재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실망감, 분노만 늘어난다. 더 나아가 이들을 지지하는 대중들에 대한 혐오와 냉소까지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즐거운 독서 경험을 제공하진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그 정도로 한국은 지금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다.

 

<<연결된 위기>>, 백승욱 지음, 생각의힘, 2023년 출간
상당히 시사적인 책이지만, 예상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책이기도 하다. 도리어 백승욱 교수의 주장이 낯설게 들린다는 식자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지정학이라는 단어, 상당히 금기시되었던 이 단어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글로벌 차원에서의 권력 중심의 이동이 본격화되었지만, 한국의 정치가들과 관련 학자들은 아직도 좁은 반도에 머물러 일본, 중국, 미국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메세지를 던지고 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호소력 있게 들릴 지는 나도 모르겠다.

 

<<JIRA Agile Essentials>>, 패트릭 리 지음, 김영기,박득형,임원택 옮김, 에이콘출판사, 2016년 출간
지라 기반으로 업무를 해야 할 일이 있어 책을 샀지만, 읽지 않다가 최근에 읽었다. 읽지 않아도 되는 책이었다.

 

<<AI & UX>>, 개빈 루, 로버트 슈마허 주니어 지음, 송유미 옮김, 에이콘출판사, 2022년 출간
이 책이 나왔을 때보다 AI가 너무 발전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사례로 들고 있는 AI와 우리가 적용해야 되는 AI의 격차가 너무 벌어져 굳이 읽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

 

<<모두 거짓말을 한다>>,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지음, 이영래 옮김, 더퀘스트, 2022년 출간
거짓말에 대한 책이 아니라 빅데이터에 대한 책이다. 그리고 빅데이터를 통해 볼 때 사람들 대부분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이야기한다. 하지만 반대로 빅데이터를 통해 굳이 몰라도 될 내용까지 알게 되거나 이렇게 알게 된 사실로 사람들을 이용할 수도 있음을 저자는 경계하기도 한다. 빅데이터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를 제대로 알게 해주는 책들 중 한 권이었다. 

 

예술 / 건축

 

<<예술과 풍경>>, 마틴 게이퍼드 지음, 김유진 옮김, 을유문화사, 2021년 01월
마틴 게이퍼드는 현대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사려깊은 안내자이다.

 

<<책그림책>>, 미셸 투르니에, 헤르타 뮐러, 아모스 오즈 등 지음,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장희창 옮김, 민음사, 2001년 출간
오래 전에 사놓고 읽지 않다가 읽었다. 지금은 구할 수 없는 책이기도 하다. 부흐홀츠의 그림이 좋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유현준 지음, 을유문화사, 2015년 출간
재미있게 읽었다.

 

<<르네상스>>, 제리 브로턴 지음, 윤은주 옮김, 교유서가, 2018년 출간
최근의 연구 성과들까지 포함하고 있는 르네상스 예술에 대한 소개서이다. 살짝 전문적인 내용까지 담긴 책이다. 좋은 책이다.

 

<<인생, 예술>>, 윤혜정 지음, 을유문화사, 2022년 출간
나는 언제나 미술계에서 일하고 싶다. 

 

<<평행과 역설>>, 에드워드 사이드, 다니엘 바렌보임 지음, 노승림 옮김, 마티, 2011년 출간
클래식 음악 애호가라면 이 책은 필독서다. 

 

 

 

 

 

조금 길게 2023년에 읽은 책들에 대해 기록했다. 읽은 책들 대부분은 블로그에 정리해서 올릴려고 한다.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니다. 대체로 50여권 정도는 읽는 것같다. 한 권의 책을 집중해서 읽기 보다는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스타일이라, 지금도 읽다가 만 책이 수 권에 이른다. 올해는 이런 책들부터 먼저 읽자. 그리고 블로그에 공지를 해두긴 하였으나, 운영 중인 독서모임도 제대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https://intempus.tistory.com/notice/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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