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련의 우주/Jazz Life

피노누아 향에 취해

지하련 2024. 2. 27. 13:29

 

 

 

나이가 드니 혼술이 늘어난다. 책을 읽다가, 저녁을 먹다가, 음악을 듣다가, 술 한 잔, 두 잔, 세 잔, ... 나도 모르게 쓰러져 잠에 빠져 ... 그러나 이젠 꿈을 꾸지 않는다. 사랑하지 않는다. 그리워하지 않는다. 그러니 외롭지 않고 그저 취할 뿐이다, 피곤할 뿐이다, 늙어갈 뿐이다, 그렇게 남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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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반 피노누아(Long Barn Pinot Noir). 근처에 홈플러스가 있다면 그 곳에서 만원후반대의 이 와인을 가끔은 만이천원대에서 구할 수 있다. 만이천원대에서 구할 수 있는 최고의 와인이다(자주 세일가에 나온다). 코르크마개를 따서 두 세 시간 이상 둔 다음 마시길 추천한다. 아니면 디켄터를 사용해도 좋다. 이 피노누아 와인은 가볍고 산뜻하면서도 적절한 바디감을 갖추고 있다. 풍성하고 우아한 피니쉬는 우리를 기분좋게 만든다.

신대륙 와인(아메리카 대륙에서 생산된 와인)들은 빈티지(와인을 만든 포도를 수확한 해)를 따지지 않는다. 년도와 상관없이 대체로 일정한 품질과 풍미를 유지한다. 그래서 와인 이름을 기억해 두었다가 빈티지에 상관없이 구입해 마실 수 있다. 이와 반대로 구대륙 와인(유럽 지역)은 빈티지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가격이 높고 명성 있는 와인이라면 특히 빈티지를 따져 구입해야 된다. 이런 이유로 훌륭한 빈티지라면 저렴한 와인들이 기막힌 맛을 선사할 때가 있어 우연을 가장한 극적인 기쁨을 선사하기도 한다. 프랑스에서는 품질 등급 평가를 받지 않고 지역 와이너리에서 만든 와인을 Vin de Pays라고 하는데, 포도 작황이 좋았던 해의 이 와인들에서 놀라운 수준의 풍미를 보여주기도 한다.

롱반 피노누아가 없다면 롱반의 다른 품종으로 만든 와인을 구입해도 좋다. 이 가격대에서 상당히 좋은 와인을 보여주고 있으니.